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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가짜 효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삼강오륜이 잘못 인식된 탓인지는 모르나 우리들 주변에는 사이비 효자효녀들이 가끔있음을 볼 수 있다.
간혹 극장에가서 모처럼 영화라도 관람하면 심청이 같은 고전적인 효자열녀를 제외하고라도 자기의 피와 살을 깎아가면서 늙은 부모님을 정성으로 받드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다.
그런 장면에「황성옛터」조의 구슬픈 가락이라도「토키」를 통해 흘러나오면 그때까지만하여도 요란스럽던 관객들의 짝짝거리던「검」의 합주곡도 일순에 멈춰지고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일시에 엄숙해진 후 영화주인공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된 나머지 눈시울을 적시는 관객이 적지않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감동도 그 순간이고 일단 극장이 파하여 차타고 귀가하는 광경을 보고있노라면 조금전의 감동은 어디로 갔는지 자기의 부모같은 노인네고 뭐고없다.
오직 치열한 투쟁만이 있을 따름이다. 가끔 검사실에서 피의자를 조사할 때 절도전과5, 6범의 악명높은 사나이들도 절취한 동기를 신문하면 집에는 병든노부모가 계시는데 자식된 도리로 어쩔수없어 훔쳤노라고 멋진 연기에 맞추어 읍소하는통에 마음약한 필자의 판단력에혼란을 일은킨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런자일수록 부모들을 환문하여 사실을 조사하여 보면 대개는 자기자식은 내버린자식과 마찬가지니 엄벌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는것이다.
그런데 요즘 국유지부정관게를 조사하다보니 국경을 초월한 새로운「스타일」의 효자형을 발견하고 새삼 감탄하였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일본인들이 자기나라로 돌아간지도 어언2O년이 넘었건만 엄연한 한국인이 그것도 백성의 근본이되는 호적을 위조해가면서 엄연한 일본인의 장남으로 행세하여호주상속을 하였음은 물론 토지등 재산의 상속자가되어 충실한 후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있지 아니한가?
자기의 친부모들은 근근 생계를 이어가는판인데 알지도 못하는 일본인들의 후손이되어 가통을 이어가고있으니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효자의 관념도 진화되어 가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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