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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요" "생태 훼손돼요" 대구 4차 순환로 구간마다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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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다음 달 초 개통 예정인 앞산터널로 전경. 10.44㎞인 이 도로는 대구의 외곽을 연결하는 4차 순환도로(전체 63.6㎞) 가운데 한 구간이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용지네거리 서쪽 산자락에 터널이 보였다. 터널 앞에 육교처럼 생긴 시설물이 있다. 차량이 U턴할 수 있도록 만든 고가도로다. 터널로 들어가면 요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대구시의 4차 순환도로 중 한 구간(범물동~상인동·10.44㎞)으로 다음 달 초 차량 통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개통을 앞두고 지난 13일 도로를 달려 보았다. 범물동에서 출발해 터널에 들어서자 왕복 6차로 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파동 고가 교량 구간이다. 다리 높이가 40m나 돼 아래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조그맣게 보였다. 교량은 이음매가 없이 시공됐다. 상판의 연결 부위를 지날 때 덜컹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곧 ‘앞산’이라고 적힌 톨게이트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인터체인지를 이용하면 파동으로 갈 수 있다. 직진해 앞산터널을 한참 달리자 상인동 아파트단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소요시간은 10분가량. 도심 통과 때 40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앞산터널은 4.3㎞로 왕복 6차로 이상 중 국내에서 가장 길다. 이에 따라 첨단 안전설비를 갖췄다. 톨게이트 옆 통합관리센터 모니터에는 터널과 도로 전 구간이 보였다. 달리는 차량의 번호도 식별할 정도로 화질이 선명했다.

 대구시 외곽을 연결하는 4차 순환도로 건설이 속도를 내면서 곳곳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시민들은 4차 순환도로의 상당 구간이 유료여서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환경 훼손 주장과 일부 지역의 접근성 개선 요구도 풀어야 할 과제다.

 ◆“유료 구간 많아 문제”

개통을 앞둔 범물~상인 구간이 논란의 대상이다. 사업자가 제시한 요금은 범물~파동이 500원, 파동~상인동은 1000원, 전 구간은 1500원이다. 대구시는 이달 중 통행료심의위원회를 열어 요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내년 초 착공되는 안심~지천(21.81㎞), 성서공단~지천(12.7㎞)도 유료다. 이 구간은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한다. 국토교통부가 2005년 4차 순환도로를 도로정비 기본계획에 반영하면서 국가사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대구시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범안로(범물~안심)와 앞산터널로(범물~상인)를 건설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지 않고 도로공사에 맡기면서 이 구간 역시 유료가 된 것이다. 시는 도로공사 건설 구간의 통행요금이 4000~5000원(현재 가격 기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될 경우 4차 순환도로 전 구간(63.6㎞) 중 유료 구간의 요금(승용차 기준)은 6600~7600원에 이르게 된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4차 순환도로는 시의 예산으로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만들다 보니 이용자 부담이 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동규 대구시 도로기획담당은 “관광 목적이 아닌 한 4차 순환도로를 한 바퀴 돌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시내 구간 통과에 드는 시간과 연료비를 고려하면 통행료 부담이 크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훼손 논란도

대구경북녹색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성서공단~지천 구간의 대명유수지 지역(성서공단 내) 통과를 재고하라고 촉구했다. 도로공사가 대명유수지와 둑 건너 달성습지를 가르는 제방을 따라 4차 순환도로를 건설할 방침을 세워 맹꽁이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수량 조절용 연못인 대명유수지와 달성습지는 수만 마리의 맹꽁이(멸종위기 2급)가 있는 국내 최대 서식지다. 맹꽁이가 오가는 제방을 따라 도로를 만들면 차량에 치여 죽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서식환경도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라 도로의 가로등 불빛과 소음·진동으로 달성습지의 생태계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달성습지에는 수달·솔개·황조롱이 등 다양한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겨울에는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조)가 도래해 조류학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이를 피해 도로를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도 시민단체의 요구에 동의했다. 도로공사 측이 생태통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생태계 보호는 미흡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종희 대구시 도로과장은 “노선을 조정하기 위해 도로공사 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동구 도동·평광동 주민들은 4차 순환도로가 마을 위를 지나도록 설계돼 있다며 반발한다. 마을과 연결된 진·출입로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는 “이 마을과 가까운 곳에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4차 순환도로 건설 과정

1992년 5월 4차 순환도로 도시계획 시설 결정

2002년 9월 범물~안심 구간 개통(유료)

2005년 12월 건설교통부, 도로건설 기본계획 수정(국비 지원 가능 도로로)

2008년 9월 광역경제권 30대 프로젝트 선정

2013년 6월 범물동~상인동 구간 개통 예정(유료)

2014년 1월 성서공단~지천, 안심~지천 착공 예정

2019년 12월 위 구간 완공 예정(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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