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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수석들에게 100분간 '깨알 지시'… A4 15쪽 분량 과제 내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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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음 달 초 취임 100일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노력은 했는데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안 통한다. 새 정부는 성과로 말을 해야 된다”면서 청와대 참모들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00분간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14개 분야에 걸쳐 일일이 방향을 제시하며 과제를 안겼다. 박 대통령 지시사항을 정리한 분량만 A4용지 15쪽이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정책 성과를 도출하는 걸 아이를 키우는 일에 비유하며 이렇게 반문했다.

 “소중한 아이가 앓고 튼튼하게 자라지 못하면 모든 부처가 어떻게든지 쑥쑥 자라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된다. 얘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 노력한 것을 갖고 자랑하겠나?” 다음은 박 대통령이 강조한 사안별 주요 발언이다.

 ◆일자리, 현장 따라다니며 해결을=국민행복은 우리 새 정부의 최대 목표다. 국민행복이란 나무가 푸른 이파리로 해서 점점 자라야 얘기가 되는 거지 성과가 안 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가 왜 협업을 해야 되나. 국민은 보라색을 바라는데 이쪽 부처에선 초록을 가지고, 저쪽은 파란색을 갖고 접근하면 소용이 있겠나.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낼 수 있게 달라붙어야 한다.

  어르신을 일자리 얻는 데까지 모시고 다니다 보면 어디서 걸리게 되는지 나타나는 게 있을 거다. 청년도 아버지가 된 마음으로 ‘얘를 어떻게든지 일자리를 줘야 되는데’ 하고 데리고 다니다 보면, 창업을 하려고 하는 데 처음부터 막히고, 이런 게 있지 않겠나. 거기가 정부가 끼어들어야 할 부분이다. 그걸 현장에서 풀 지 않고 자꾸 정책 만 얘기하면 안 된다.

 중년층은 정년퇴직을 하면 현실적으로 관리직이나 이런 데 가기 어렵다. 그래서 기술직으로 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렇게 높은 소득은 아니더라도 수요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전체적인 수요조사를 해봐야 되겠다. 어떤 기술이 많이 필요한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를 제공해 주고 DB를 만들어 두면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예산 여기저기 쓰지 말고 집중을=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많은 정책과 예산이 여기저기 한 10조원이 넘게 있는데, 막상 중소기업은 그 많은 게 어디 가 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통합전산망이든지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전부 한 군데에 모아 ‘여기에 가야겠구나’ 하게 만들어야 한다. 컨트롤타워 같은 걸 만들어 예산을 통합해서 집중적으로 노력을 하면 체감이 더 되지 않겠나. 이건 고용·복지나 경제 쪽이나 전부가 다 해당이 되는 정부 운영방침이다.

 ◆어린이집 비리, 정보 공개로 풀라=어린이집 문제는 비리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일일이 하나하나 따라다닐 순 없다.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공개라고 생각한다. ‘우리 유치원은 특별활동 학습비로 이런 걸 제공한다’고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면 학부모들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유치원 방과 후 운영과정을 보조하는 것은 그만큼 학부모들 부담을 덜기 위해서인데, (영어) 특수교육을 위해 또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또 부담을 해야 된다. EBS를 이용해도 좋고, 어려운 집 어린이들도 TV만 켜면 얼마든지 아주 훌륭한 강사가 강의를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길을 터줘야 된다. 직접 배우는 것 못지않게 아주 훌륭한 영어 강의 또는 영어 프로그램, 드라마 같은 것을 보면서 어린이들이 돈 안 들이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북극정책 종합 청사진 마련하라=우리나라가 (북극 이사회) 정식 옵서버 지위를 얻게 됐다. 큰 성과다. 전 세계에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25% 정도가 북극해에 있는 걸로 추정된다. 북극항로가 개통되면 화물 운송비용이 25%나 절감되고, 시간도 단축된다. 북극항로 개척, 자원개발 등에 박차를 가해야겠다. 북극정책 전반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협의를 통한 종합 청사진을 마련하라.

신용호·허진 기자

◆박 대통령이 던진 14개 분야 과제

● 유치원 방과 후 영어학습 과정 등 개선

● IT 활용해 지방과 오지에 문화 혜택을

● 화학사고 예방 위해 근로자, 기업, 하청업체, 정부가 솔직한 회의 열어야

● 복지를 민간과 협업하는 방안 강구

●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관련 자료 전부 공개

● 일자리 등에 가시적 성과

● 중앙·지방 역할 분담, 지방 재정의 투명화

● 기업의 퇴직층에 대한 인력 정부가 DB화

● 6월 국회에서 공약 관련 법안 최대한 통과

●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등에게 행복주택 사업 매력적인 상품 되도록 아쉬운 점 파악

● 연공서열 아닌 우수한 교사들 우대받게

● 북극 개발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 방사청 정책실명제 다른 부처에도 도입

● 국민 전체가 군 장병들 노고에 감사 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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