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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찾은 서해 최전방 섬 북한, 방사포 전진 배치 한국은 ‘해안포 킬러’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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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최근 서해 최전방 도서지역에 방사포(다연장포)를 배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정보 업무를 담당하는 이유로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정부와 군의 복수 관계자들은 “북한이 지난 3월 이후 장재도와 무도·월내도 등 서해 최전방 지역에 방사포를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최근에도 배치가 이어지고 있어 어느 정도의 전력이 보강되고 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방사포를 배치한 섬들은 모두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10여㎞ 떨어진 곳이다. 북한군의 최전방이자 최남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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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포는 최대 24개의 발사관을 장착해 순식간에 다량의 포탄 발사가 가능한 무기다.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북한이 방사포를 배치한 곳은 모두 김정은 북한 국방위 1위원장이 방문했던 곳”이라며 “김정은의 지시로 이곳에 집중적인 전력강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8월 연평도에서 북쪽으로 10여㎞ 떨어진 장재도와 무도 방어대를 찾아 “서해를 적(우리 군)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라”고 지시했었다. 이후 이곳에선 밤낮 폭약을 동원한 발파작업 등을 통해 진지공사를 진행했다. 김정은은 올 3월 7일에도 목선을 타고 이곳을 찾아 공사 현장을 돌아보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정은은 이어 3월 11일에도 백령도에서 11㎞ 떨어진 월내도를 찾아 “명령만 내리면 모조리 불도가니에 쓸어 넣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방문의 후속조치로 방사포가 집중 배치되고 있다는 게 군의 분석이다.

 북한이 배치한 방사포는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때와 같은 122㎜ 방사포로 파악됐다. 북한군의 주력 포병이다. 연평도 포격 때는 육지에 배치된 방사포를 발사했지만 최근엔 섬 곳곳에 인공 동굴을 파거나 콘크리트로 방사포 보호용 포사격 진지인 포상(砲床)을 만들어 방사포를 배치하고 있다. 우리 군의 전력 보강을 의식해 동굴 형태의 포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북한군의 ‘창’이 바뀐 만큼 ‘방패’도 달라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군은 연평도 포격전 이후 계획했던 유도 미사일 ‘스파이크’ 수십 기를 최근 실전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사거리 25㎞ 내외의 스파이크 미사일은 북한군이 은닉해 놓은 해안포와 방사포의 포상 입구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명중률이 높은 이스라엘제 미사일이다. 그래서 ‘해안포와 방사포의 킬러’로 불린다. 지프 형태의 차량에 발사대에서 사전에 미리 입력해둔 좌표를 스스로 찾아가 공격하거나, 탄두 앞쪽에 장착된 카메라에서 보내오는 화면을 보며 마치 전자오락을 하듯 조종이 가능해 이동형 방사포도 공격이 가능하다.

 ◆"북, 18~19일 300mm 방사포 등 발사”=북한군의 동향에 밝은 정부 당국자는 익명을 요구하며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인 KN-02와 300㎜ 방사포로 추정되는 유도 발사체를 18일에 3발, 19일에 1발 등 이틀에 걸쳐 4발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발사체의 궤적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발사체 종류를 분석 중이다. 이 당국자는 “발사체의 사거리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모두 100㎞ 이상”이라며 “북한이 보유한 무기 가운데 이 정도 사거리를 가진 무기는 KN-02 단거리 미사일 개량형과 300㎜ 방사포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300㎜ 방사포 보유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본지가 이 방사포의 존재 사실을 보도했을 당시 우리 정보 당국은 “가능성이 낮다” “소설 같은 이야기다” “기술적으로 300㎜ 방사포 개발은 불가능하다”며 부인했었다. <본지 2012년 2월 22일 1·6면> 북한은 2000년대 초반 중국의 방사포 기술을 들여와 수년에 걸친 연구 끝에 최근 이 방사포를 실전에 배치한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 연휴 기간 중 미사일을 기습 발사한 데 대해 정부는 ‘시위성’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에서 무기를 개발하다 한국에 정착한 고위 탈북자는 “북한은 새로 개발한 무기를 이란과 시리아 등 해외에서 시험발사를 해 왔다”며 “북한 안에서 발사한 것은 실전에 배치한 이후 일종의 시위성”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도 최근 실전에 배치한 300㎜ 방사포 사거리가 최대 200㎞에 달해 2010년 연평도를 공격했던 개머리 진지에서 사격할 경우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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