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 했어요, 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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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손연재

손연재(19·연세대)가 은빛 날개를 펼쳤다. 손연재는 19일(한국시간) 끝난 FIG(국제체조연맹) 벨라루스 민스크 월드컵 종목별 결승에서 은메달 2개를 땄다. 후프에서 17.7167점으로 2위에 올랐고, 곤봉 결선에선 개인 시즌 최고점인 17.9333점으로 러시아 야나 쿠드랍체바와 공동 은메달을 차지했다. 손연재가 한 대회에서 2개의 메달을 딴 것은 처음이다. 손연재는 올 시즌 월드컵 4개 대회 연속 메달 기록도 세웠다.

 이번에 딴 메달이 모두 은메달이라는 점은 더욱 뜻깊다. 손연재는 지난달 이탈리아 페사로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은메달(리본)을 딴 뒤 한 달 만에 ‘멀티 은메달’을 차지했다. 월드컵엔 국가당 2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세계 최강 러시아 역시 2명의 선수를 내보내기 때문에 개인종합이든 종목별 결선이든 러시아 선수들이 금·은메달을 휩쓰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나 손연재는 곤봉에서 러시아의 다리야 스밧코브스카야를 제쳤다.

 손연재는 세계 정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손연재는 전날 끝난 개인종합에서도 직전 불가리아 소피아 월드컵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메달권과의 점수 차도 좁혀가고 있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경기위원장 겸 국제심판은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3위를 차지한 벨라루스의 멜리티나 스타니우타와 마지막까지 메달을 놓고 다퉜다. 세 종목을 치렀을 때까지 스타니우타와 겨우 0.1664점 차이였다”고 전했다.

 이대로라면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의 개인종합 메달도 머지않았다. 김 위원장은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딴 예브게니아 카나예바가 은퇴했다. 러시아에선 카나예바의 뒤를 야나 쿠드랍체바나 마르가리타 마문 등이 잇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다면 손연재는 누구와도 붙어볼 만하다.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에 따라 메달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평했다.

 다음 달 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는 아시아선수권이 열린다. 손연재는 다관왕이 유력하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아시아 선수들 사이에 독보적인 1위였다. 우즈베키스탄의 드자밀라 라크마토바가 10위(66.233점)로 손연재의 뒤를 이었다. 손연재와 점수 차이는 무려 4점. ‘소수점 경쟁’이 벌어지는 리듬체조에선 극복하기 힘든 격차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앙아시아 선수들은 넘기 힘든 벽이었다. 손연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카자스흐탄의 안나 알라브예바와 우즈베키스탄의 울리아나 트로피모바에 이어 가까스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카자스흐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구소련 국가다. 선수들 체형도 리듬체조에 강한 동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손연재는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실력을 끌어올렸다. 동아시아의 1인자가 된 손연재는 2012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앙아시아 출신들도 따돌렸다. 이제 손연재에게 아시아 무대가 좁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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