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 잇는 학생, 특성화고 정원 20% 내 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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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앞으로 조리·디자인 등 부모의 가업(家業)을 이으려는 중학생은 내신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서울지역 특성화고에 진학하기가 쉬워진다. 이런 학생을 학과별로 정원의 최대 20%까지 뽑는 특별전형이 2014학년도 입시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서울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특성화고 가업승계자 특별전형 시행 계획’을 16일 발표했다. 일부 농업고나 마이스터고가 개별 학교 단위에서 이런 전형을 만든 적은 있지만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지역 71개 특성화고의 신입생이 한 해 1만6000명인 만큼 많게는 3000여 명이 이 전형으로 특성화고에 갈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적용 학과는 조리·제과, 패션, 디자인, 세무, 관광, 의료, 미용, 경영, 건설, 금속, 기계, 재료 등 사실상 특성화고의 대부분 학과다. 그동안 특성화고 안에서도 조리·디자인 등 인기 학과는 중학교 내신 성적이 상위 25% 내외(32명인 학급에서 8등 이내)여야 들어갈 수 있었다.

 내신성적으로 뽑는 일반전형과 달리 가업승계자 전형에선 학생의 가업승계 의지와 가업 경영기간 등을 평가하게 된다. 학생은 미래설계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상 학과와 모집 인원은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시교육청이 이 전형을 도입한 것은 가내(家內) 강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시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홍민표 장학관은 “유럽·일본은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을 가진 강소기업이 많다”며 “우리도 이런 기업을 키우려면 고교 때부터 가업승계 의지를 길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전형이 생긴다고 해서 가업승계가 많아질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수공고 권기승(전교조 실업위원장) 교사는 “대다수 학생이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현실에서 특성화고 입시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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