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가보훈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이 국립 5·18 민주묘지를 가득 메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오전 광주 5ㆍ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손에 태극기를 꼭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노래를 따라 부르진 않았다.
여야 정치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야권 정치인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가 시작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했다.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이날 행사에서 제창이 아닌 합창하기로 한 데 대한 거부의 표시였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여권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해 기념식장에는 여야 구분없이 하나된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야권인사들은 이날 행사에서 보훈처의 결정과 관계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올 때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보훈처의 결정과 관련해 “이미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문화와 전통으로 자리 잡은 상징적인 곡을 국가에서 무리하게 변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행사가 끝난 뒤 “대통령께서도 이번에 노래를 같이 하셨다면 얼마나 큰 대통합의 결과가 있었겠나”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5ㆍ18 유족회와 5ㆍ18 부상자회 등 단체들은 행사장 문 앞에서 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또 기념식에 불참한 통합진보당과 광주전남진보연대 및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외국인 등 500여 명도 망월동 구묘역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갖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대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김무성 의원, 민현주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50~60명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도 참석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기념식에 불참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