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에 담긴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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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이들은 놀기를 좋아한다. 부모들도 밝은 태양아래서 마음놓고 뛰노는 것이 어린이의 내일에는 제일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광장에 모여 놀고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기쁨에찬 맑은표정들로 가득찬 광양은 마치 화려한 꽃밭같기만 했다. 어느날 낮선 한어른이 칼을차고 광장에 들어와 아이들을 불렀다. 두려운 나머지 아이들은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그 낮선 어른의 칼이 햇빛에 번쩍이자 도망치면 무슨 변을 당할까 두려워서 그자리에 못박혀 버렸다.
낮선 어른은 미소를 띠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무 놀기만 하면 곧 싫증이 날게 아니냐. 기왕에 놀바에야 좀 더 보람있게 노는 것이 부모를 위해서나 너희들의 내일을 위해서나 좋을게 아니냐고. 호기심에 찬 아이들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지 않아도 낮선 어른의 칼이 무서워 그의 말을 안 따를 수도 없는일이었다.
그 다음날부터 광장에서는 낮선 어른의 호령에 맞춰 일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루에 두어시간씩만 일하여 얻는 돈으로 그네도 사고, 씨름터도 만들어 주겠다는 어른의 약속에 신이 나서 아이들은 당초의 두어시간이 서너시간으로 연장되어도 별로 항의하지도 않았다. 물론 번쩍이는 칼이 두려워 항의할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만.
어느덧 아이들에게는 놀시간도. 기운도 없을만큼 노동시간은 연장되어 나갔다. 이제는 그네를 사주겠다던 낮선 어른의 약속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웃음과 꿈을 잊고 그저 지난해 위장의 한모퉁이에 놀다버린 장난감들을 이따금 바라보며 한숨 쉬는 것이었다.
이것은 자유를 그리는 마음을 우화에 담아서 표현할 수밖엔없던 동구 어느나라에서 몰래 유행되던 얘기다. 지금 「폴란드」에서는 유혈적인 학생「데모」가 한창이라는데, 아마 우화의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웃음의 광장을 찾겠다고 마음먹은 것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겐 아직 이런 우화가 생겨날 필요가 없는 것이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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