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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대전 … 한국 진출 운명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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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007년 8월 2일 러시아 북극 원정대가 원자로를 장착한 대형 핵추진 쇄빙선(얼음을 깨고 항로를 여는 배)을 끌고 북극점인 로모노소프 해령(海嶺·깊은 바다에 산맥처럼 솟아오른 부분)에 도달했다. 원정대는 곧바로 심해잠수정 미르 1, 2호를 바다에 투하했다. 암흑의 심해 속으로 들어간 잠수정은 수심 4302m 지점에 티타늄으로 만든 국기를 꽂고 그곳이 시베리아 산맥의 연장인 러시아 영토임을 선언했다. 북극을 둘러싼 ‘빙하냉전’(Ice-cold war)의 서막이었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북극을 향한 세계 각국의 신(新)골드러시가 시작됐다. 미국이 2009년 1월 ‘북극지역 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안보와 자원개발의 청사진을 발표하는 한편 북극탐사 예산을 40%나 증액한 게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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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정부는 140대 국정과제 가운데 13번째로 ‘북극 항로와 북극해 개발 참여’를 선정했다. 그러려면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 진출이 필수 과정이다. 북극이사회는 북극 개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국제기구다. 외교부 강정식 국제법률국장을 포함한 5명의 대표단은 지난 12일부터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리고 있는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 파견돼 있다.

 외교부 유복근 국제법률국 영토해양과장은 “현지시간 15일 오전(한국시간 15일 밤) 각료회의에 정식 옵서버 승인 안건이 올라가 있다”며 “한국의 북극이사회 영구 옵서버 자격 획득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옵서버 국가가 되면 이사회 회원국은 아니더라도 북극과 관련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북극이사회는 미국·러시아·노르웨이·캐나다·덴마크 등 5개 연안국에 스웨덴·핀란드·아이슬란드를 더한 8개국으로 구성된다.

 옵서버 지위를 얻으려면 이들 8개 이사국이 만장일치로 지지해야 한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14개국이 영구 옵서버 자격을 신청한 상태다. 이 중 몇 개국이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돼 왔다.

 유복근 과장은 “캐나다와 노르웨이 등 정식 회원국들이 한국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영구 옵서버 진출을 이뤄 북극 진출의 새 교두보를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세계가 북극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지구온난화 때문이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2012년 9월 북극 빙하 넓이는 관측 사상 최저치인 341만㎢로 떨어졌다. 영원한 동토였던 북극의 두터운 얼음이 녹아내리며 각국이 천연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신항로인 북극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은 “북극 주변국들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확장을 통한 자원 확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출입을 제한하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러시아와 덴마크 간의 로모노소프 해령 갈등을 비롯해 캐나다와 덴마크 간의 한스 섬 영유권 분쟁, 캐나다와 미국 간 북서항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10월 스발바르조약에 가입하면서 북극 개발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전승국들은 노르웨이에 그린란드 동북쪽 스발바르제도의 주권을 넘기는 대신 지역의 자원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약을 맺었다. 한국은 이 조약에 묶여 노르웨이 북단과 그린란드에 걸친 북극 지역의 연구 및 이용에 제한을 받아왔다. 스발바르조약엔 40여 개국이 가입해 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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