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도 배드민턴도 아닌 이것 … 핸들러 한 게임 하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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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상옥 한국뉴스포츠협회장이 ‘핸들러’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핸들러는 탁구 라켓과 비슷한 라켓을 이용해 배드민턴 셔틀콕을 받아 넘기는 종목이다. [김상선 기자]

프로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체험하는 ‘뉴(New)스포츠’가 스포츠 산업의 단단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엘리트 스포츠 쪽도 뉴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서상옥(55) 한국뉴스포츠협회장은 “뉴스포츠가 문화산업 분야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뉴스포츠에는 벽이 없다. 누구나 즐기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수명이 길어지고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시점에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뉴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포츠는 야구·농구·축구·골프·배구 등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종목을 부분적으로 개량하거나 새롭게 개발한 것이다. 정식 골프를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고 시간·장소의 제약이 따르지만 파크 골프(공원에서 나무 채를 이용한 경기), 그라운드 골프(골프와 게이트볼을 섞은 종목), 디스크 골프(원반을 던져 골홀에 넣는 경기) 등 뉴스포츠를 즐기면 누구나 쉽게 라운드를 할 수 있다. 인기 종목에서 파생된 것 외에도 족구·외발자전거·짐볼·패러글라이딩도 뉴스포츠다.

 뉴스포츠의 특징은 배우고 즐기기 쉽다는 점이다. 며칠이면 엄마와 아들이 대결할 수 있다. 뉴스포츠를 통해 세대 간 교류가 가능하고, 기존 스포츠 시장의 취약 계층인 여성과 노인·장애인을 끌어안을 수 있다. 서 회장은 “뉴스포츠에는 진입 장벽이 없다. 적은 비용과 시간 투자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포츠의 지향점은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 정책과도 부합한다. 이미 일본은 1980년대부터 뉴스포츠 개발·보급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일본은 문부과학성과 일본체육협회·지방자치단체·일본레크리에이션협회 등이 함께 매년 1000여 종의 뉴스포츠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한국뉴스포츠협회가 설립됐다. 국내에 소개된 40여 종 뉴스포츠 가운데 야구를 변형한 티볼(T-Ball·T자 형의 막대기 위에 공을 놓고 방망이로 치는 종목)은 2008년 제8차 개정 교육과정에서 초·중등학교 체육교과목에 정식 도입됐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티볼은 프로야구와 함께 성장 중이다. 한화·넥센·NC 등 프로구단들이 티볼 사업을 지원하고 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일 교육부와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400개 학교에 티볼 세트를 전달했다.

 수원 산남초등학교 장호선 교사는 “티볼은 배우기 쉽고 안전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수업 시간에 자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교육감배 학교 스포츠클럽대회에 참가한 티볼 초·중·고 팀은 68개였는데, 올해는 119개로 두 배나 늘었다.

 지금은 꽤 대중화된 티볼이지만 98년 서 회장이 처음 국내에 들여왔을 땐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최소한의 장비 마련조차 어려웠고, 티볼을 아는 사람이 없어 흥미를 끌어내지 못했다. 서 회장은 “힘들었지만 성공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유럽과 일본에서 뉴스포츠가 각광 받고 있었기에 우리나라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200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국티볼협회 명예총재로 부임하면서 티볼 보급에 탄력이 붙었다. 티볼을 성공 모델 삼아 서 회장은 다양한 뉴스포츠를 전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새 정부가 생활체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뉴스포츠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김유정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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