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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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밤늦도록 좁은 방을 온통북새질로 수선을 떨던 아이들도 이젠 곤히 단잠이 들었다. 잠자는 숨소리는 훈훈하게 이른 봄 나무에 물오르는 소리처럼 싱싱한 것 같다.
연탄 묻은 자리만 미지근한 아랫목, 그나마도 아이들이 눕고 나면 아빠자리는 언제나 얼음장같은 웃목이다. 남보다 더 추위를 타는 아빠지만 그래도 아무 불평없이 잠자리에 드시는 걸 보면 어서 봄이 왔음 싶은 맘뿐이다.
○…겨울들어 계속되는 추위때문에 아이들은 방안에서 노는 시간이 많았다. 날마다 발라도 문구명은 뚫어져 있고 방바닥이며 벽은 온통 말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앓지 않고 잘자라는 것만이 대견스럽고 고맙기 조차하다. 우리 살림 형편에 누구라도 앓아 눕기만한다면 그달의 가계는 흔들리기 마련이다.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않다고 했지만 아이들에게 겨울 옷 한벌 제대로 해 입히지못하고 냉돌방에서 밤낮추위와함께 싸워야하는 우리에게 봄은 너무나 더디고 지루하기만하다.
어서 봄이 왔으면…. 그땐 아이들도 종일 밖에서 놀게하고 웃목에서 주무시는 아빠를 보는 나의 마음 또한 조금은 가벼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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