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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군 11세입단|일 바둑사기록깬 천재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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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강범석특파원】 바둑의 고장 일본에서 최연소입단자 기록이 한국소년에 의해 깨어졌다. 지난 62년8월 여섯 살박이 천재기사의도일로 바둑계의 주목을 모았던 조치훈(11)군은 5년반동안 이곳 「기다니(목곡)도장」에서 기량을 쌓은 끝에 지난13일 일본기원이 베푼 입단자선발 본선에서 동률2위의 성적을 거둬 19일 일본기원으로부터 초단면허장을 받게됐다. 지금까지의 기록은 바둑계의 신동이라고 일컫던 임해봉 명인(중국출신) 그리고 일본인「다까가와」(고천) 9단의 12세.
기력50년의 스승 「기다니·미노루」(목곡실) 9단(59)은 『치훈군은 천재적인 기사자질을 지녔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입단은 기계의 첫걸음, 기풍을 쌓는것도 이제부터, 어려움도 이제부터 시작된다』면서 다소곳이 스승곁에 앉은 치훈군에게 따뜻한 눈길을 돌렸다.
치훈군은 일본기원이 올해들어 실시한 입단자 선정을위한 전예선을 무난히 뚫고 본선 (17명) 에서 l2승4패로 13승3패의 「톱」에 이어 동률2위(2명)의 전적을 올렸다. 3위는 10승6패.일본기원 관래에 의하면 본선에서 3내지 4위를 차지하면 초단입단을 면허받게 되어있다.
치훈군이「기다니」도장(동경도신숙구삼영정6)에 든것은 62년8월1일. 역시 「기다니」9단의 훈도를 받아 16살에 입단했던 숙부 조남철8단의 손에 끝려서였다.
당시 여섯살박이 치훈군은 명인(기계 최고위) 임해봉씨와 다섯목을 놓고 대전, 임명인을 꺾음으로써 일본기계를 깜짝놀라게했다.
당시 한국에서 1급을 인정받았던 꼬마 기사는 일본기원 「프로」기사로는 12급, 『10살이되기전에 입단을 시키겠다』는 「기다니」9단의 지도를 받게됐다. 『바둑수를 빨리 넘겨본다』 는 치훈군이었으나 『덤벙 덤벙 이따금 헛수를 두는 습성이 가시지 않았고 또 입단하겠다는 집념이 덜하여』입문 5년만인 지난해 가을에야 1급의 기량에 이르렀다.
치훈군의 바둑을 가꾸는데는 역시 한국에서 건너와 「기다니」도장에 입문한 손윗 제자 하찬석2단(19) 이 쏟은 따뜻한 이끌음이 있었다.
『스승님을 비롯한 여러분이 따뜻이 보살펴 주셔서…』 치훈군은 틀이밖힌 일본어로 수줍게 말끝을 흐렸다.
동경한국학원 6년생인 꼬마기사는 『전 한국말을 대충 앝아듣긴해도 말은 잘 못하겠읍니다』 라고 했다. 몸가짐도 일본소년같이 보였다. 『처음에는「오하요」(안녕히 주무셨읍니까), 「곤니찌와」(안녕 하십니까), 「사요나라」등 단 세마디밖엔 못하더니 어린이는 말익히기가 빨라서…』「기다니」스승의 부인「미하루」(미춘) 여사(58)는 『찌꾼짱, 찌꾼짱』하며 귀여워했다.
스승은 『가족이 원한다면 계속해서 이곳에서 지도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뜻도 그러했다. 치훈군의 입문당시 『10살까지 입단하면「커다란 호랑이」그림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고베」(신호)에서는 「다께오까」(무강)5단 (아마) 은 13일밤 장거리 전화로 『그림들을 갖고 곧 올라가겠다』고 했다. 강자의 상징인 호랑이같이 힘세라는 것.
우리꼬마 기사는 구김살없이 혼잣말을 했다. 『진짜 호랑이가 더 좋은데…』

<"세계의정상목표로">
▲조남철8단(치훈군의숙부) 의 말=반가운 소식이다. 최연소 입단자의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은 또한 뜻깊은 일이다.
이제부터 앞으로 꾸준한 정진으로 제2의 임해봉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일본에 있는 조상연(치훈군의 형) 하찬석 조훈현(모두 2단) 군들과 함께 세계의 정상을 목표로 분발해 주기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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