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황청대사관 지켜 10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안요셉,천일씨에게 본대사는 요셉씨가 10여년간 희생적인 봉사를 해준데 대해 심심한 감사를 표하는 바입니다…』지난12일 주한 「로마」교황사절단「이파리트·라트리」대사는 10년동안 하루같이 대사관을 경비해준 노순경 안천일(55·종로경찰서 파견) 씨에게「로마」교황이 하사한 금묵주와 금「메달」을 전달하고 감삿장과 금일봉을 주었다.
그는 이제 정년퇴직을 며칠앞두고 교황청으로부터 영예스런 선물을 받은것이었다. 전 종로 수사계 서무로 있던 안순경은 당시 한직으로 알려진 「로마」교황 대사관 경비근무를 자원했다. 대사관에 배치된 그는 자기일뿐 아니라 청소·정가꾸기까지 온갖 노고를 아끼지 않고 묵묵히 일해왔다.
동료들로부터 『살아있는 한국경찰사』로 통할만큼 경찰에서 늙은 안씨의 고향은 평북선천. 평북 금석산농업학교를 나와 곧 결혼한 안씨는 경찰에 들어간 것이 경찰생활 첫 출발이었다. 선천경찰서에서 근무한지7년째. 8·15해방을 맞았다. 경찰을 그만두고 월남한 안순경은 6·25의 전화로 실직한데다가 5식구의 생계를 이을 길이없어 52년 다시 경찰에 들어갔다, 수도 경찰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안씨는 종로서에 배치되어 각 파출소를 돈후 수사계서무직을 맡았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안씨는 수사업무와 자신의 신앙이 때로 엇갈려 고민한끝에「로마」교황대사관 경비근무를 자원했다.
대사관근무는 누구나 꺼리는 자리였다. 그는 이곳에 오면서부터 생활이 더욱 쪼들리기 시작했다. 부인 이신연(48·세례명「스잔나」) 씨가 행상으로 나섰고 장남 영선(26·요안) 군은 학교를 중퇴했다. 안씨의 딱한 사정을 동정한 동료들이 「좋은 자리」로 통하는 보안계로옮기라고 수차 권유했으나 번번이 거절했다는것.
「로마」교황대사관은 마치 자기집처럼 알뜰히 보살펴왔기 때문에 대사는 물론 이곳을 찾는 신부들은 보초선 안씨를 맨먼저 반기며 악수를 청하기도 한다는 것.
이제 정들었던 「검은유니폼」을 벗게된 안씨는 옷을 벗더라도 『정든대사관에 더 머물러 있었으면…』하는것이 한가지 소원.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로마」교황이 직접 하사한 이 금묵주를 받은 사람은 나이외에 몇 명 되지 않습니다. 어떤 다른 선물보다도 감격스럽습니다…』면서 안순경은 금묵주를 다시한번 만져보는 것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