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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살았지, 이제라도 어려운 사람 도와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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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송해씨의 목소리는 86세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금방이라도 “전국~노래자랑~”이라 외칠 것 같았다. [김상선 기자]

유행하는 농담 한토막. 우리 시대 최고의 신랑감은? 답은 송해다. 이유는 세 가지. 첫째, 80세가 넘어서까지 돈을 벌어온다. 둘째, 전국 각지의 최고 특산물을 가져온다. 셋째, 주말에 꼬박꼬박 밖에 나가니 밥상을 안 차려도 된다.

 9일 저녁 서울 낙원동의 ‘상록회’ 사무실에서 ‘최고의 신랑감’ 송해(86)씨를 만났다. 상록회는 원로 연예인들의 모임으로 송씨는 20년 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송씨는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했다. 8일 KBS홀에서 예정돼있던 ‘송해 빅쇼’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2011년 시작한 전국 투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공연이었다.

 “많이 속상했지. 그래도 어떻게 해. 공연장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잖아.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관계 악화로 공연을 취소한다고 했는데 사실 안전 때문에 취소한 거야. 실향민들이 많이 모이는 KBS 공연장에 북한이 테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연예가 뉴스에서 벗어나지 않는 송씨지만 최근엔 더 빈번히 거론되는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그가 출연한 영화 ‘전국노래자랑’은 관객 60만 명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곧 TV 드라마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지난해 IBK기업은행 광고로 ‘대한민국 광고모델 대상’을 받았고, 계약은 1년 더 연장됐다. TV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맡은 지 올해로 25년째다. 물론 그는 국내 최고령, 최장기 MC다.

 송씨는 다음 달 새 일을 시작한다. 청소년 장학금 마련과 50~60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단 설립 일이다.

 “늦은 감은 있어요. 앞만 보고 살다보니 그렇게 됐지. 우리 세대가 좀 그래요. 일제 치하부터 한국전쟁까지 겪으면서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거든. 이제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그는 다음 달 나올 건강보조식품 모델료 전액을 이 재단에 출연한단다. 모델료는 1억원 정도. 이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약업체(중외제약)도 제품 판매금액의 일정액을 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사실 가족과 지인들은 이번 일에 반대했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래도 난 상관없어. 나한텐 좋았거든. 효과 못 본 사람들이 항의하지 않겠냐고?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

 80세가 되던 해, 송씨는 2.5cm짜리 대장암 종양을 발견해 제거했다. 그즈음 당뇨와 고혈압도 찾아왔다. 송씨를 ‘아버님’이라 부르는 주치의, 서울아산병원 김영민(44) 외래교수가 송씨를 위한 건강보조식품 개발을 주도한 게 이번 제품 출시로 연결됐다.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을 자랑하는 송씨지만 그의 건강론은 “건강을 자신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2주일에 한 번씩 꼭 주치의를 찾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간다. 항상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틈만 나면 까치발을 하고 걷는다. “까치발을 하면 종아리 근육이 긴장되면서 혈액 순환이 잘 돼요. 종아리 근육이 심장으로 피를 보내주는 일을 하거든.” 더 중요한 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이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아?”

 송씨는 지난해 9월 22일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빠졌다. 위독설이 제기됐다. “몸이 너무 안 좋아 주치의한테 전화했더니 당장 돌아오라잖아. 30년 가까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며 건강 때문에 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그런데 일을 계속하려면 그때 만큼은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주치의 김영민 교수는 “당시 심장 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전국 투어로 피로가 쌓인데다 김인협 악단장(그해 9월 26일 작고)이 위중한 상태에 빠진 것도 영향이 컸다”고 전했다.

 송씨는 이번 건강보조식품 모델로 20년 전속 계약을 맺었다. 송씨는 “재계약이 목표”라고 말한다.

 인터뷰 이후 기자와 저녁 식사를 함께한 송씨는 반주로 소주를 한 병 넘게 마셨다. “매일 저녁 사무실 친구들과 소주 한잔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 지난해 좀 아프고는 3개월 동안 끊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막 마시면 안 돼. 이 좋은 술, 더 오랫동안 즐겁게 마시려면 평소에 건강 관리를 잘 해야지.”

글=박혜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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