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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와 코미디로 풀어낸 5월 광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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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호 25면

2011년 초연돼 각종 연극상을 휩쓸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최고의 연극 ‘푸르른 날에’가 다시 찾아왔다. 1980년 5월의 어느 날 광주. 슬픈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이 시대에 어떻게 조명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연극이다.

연극 ‘푸르른 날에’ 5월 4일~6월 2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문의 02-758-2150

젊은 날 엉겁결에 비겁한 역사의 배신자가 된 채 속세를 떠나야 했던 스님 여산이 옛 연인 정혜가 보낸 딸의 청첩장을 받아들고 30년 전의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연극계 최고의 블루칩 연출가 고선웅이 택한 메소드는 ‘명랑신파’. 너무 아파서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역사를 낯설게 마주보기에 유효한 방법론이다. 인생의 푸르른 날을 시대의 비극에 빼앗긴 개인의 한스러운 역사가 신파와 슬랩스틱 코미디의 과장적 화법에 담겨 변증법적으로 승화된 감동을 빚어낸다. 엔딩에 모두 되살아나 한바탕 익살을 떠는 망령들이 ‘레미제라블’의 그들보다 숭고해 보이는 건 지나간 30년의 역사가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로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5월의 광주’를 기억하려는 이들이 놓치기 아까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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