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沈법무 "검사들 반발 빨리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검찰의 '대북 송금 사건' 수사 유보 결정에 이어 사건 수사가 특별검사에게 넘겨질 움직임을 보이면서 검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상당수 일선 검사들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정치권의 '통치행위'논리를 검찰 수뇌부가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비난을 노골화했다. 일각에선 '정치검찰 세대'의 동반 퇴진까지 들먹였다.

법무부와 검찰은 심상명(沈相明)법무부장관이 4일 검찰 수뇌부에 사태의 조속한 진화를 직접 지시하는 등 수습에 나섰으나 후유증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변협(회장 鄭在憲)도 이날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을 철회하라는 촉구 성명을 냈다.

◇커지는 반발=반발 기류는 당초 이번 사건의 고발건을 맡았던 서울지검 형사9부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열흘 전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 17명을 출금조치하며 "누가 뭐래도 수사할 건 하겠다. 한번 지켜봐라"고 자신만만했던 수사팀이다.

수사팀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검찰 입장을 이해해줄 것으로 (수뇌부가)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이래놓고도 후배들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운운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도 "수뇌부가 목을 걸고 검찰의 명예를 지켜주기를 기대했지만 역시 또 한번 정치권에 놀아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여온 '정치검찰세대'가 동반 퇴진하지 않는 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장관 직접 진화=沈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지검에 "일부 검사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검사동일체 원칙에 위배된다"며 조기 진화를 지시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沈장관이 어제 오후 '일부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동조 움직임이 있다'는 정보보고를 받고 검찰국 간부들에게 크게 화를 내면서 즉각 대응토록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서울지검 간부들은 "검찰의 입장이 정리된 이상 따르는 게 더 큰 불명예를 피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며 수사팀을 포함, 일선 검사들의 입단속을 하느라 분주했다.

법무부 및 대검찰청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검찰 월급은 대통령 사재에서 출연해야""검찰이 이 정도라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글이 떴다.

◇변협 "즉각 수사 재개"촉구=대한변협은 성명에서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북한에 비밀리에 송금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실정법 위반 혐의가 있고 국민적 의혹이 팽배함에도 불구, 검찰이 수사를 유보키로 한 것은 수사기관 본연의 의무를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수사 유보는 실정법 위반행위를 방치하는 것이고 국민의 의혹 증폭에 따른 국론분열을 야기, 국익을 저해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 유보를 철회하고 대북 송금의 관련자, 자금출처, 액수, 지급경로, 송금목적 등을 철저히 규명해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진배, 김승현 기자allons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