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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아오모리]탈북선수 황보영 北선수들이 `왕따`

중앙일보

입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대결은 1999년 탈북해 한국 대표선수가 된 황보영(25)에게는 가슴 쓰라린 경기였다.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에게 전달할 기념품(배지)을 하나씩 갖고 나갔다. 그러나 북한 선수들이 이를 받으려 하지 않자 북한 벤치에 놓고 왔다.

경기 초반은 격렬했다. 북한 선수들은 쉴 틈 없이 한국 문전으로 퍽을 날렸고, 한국은 육탄 방어로 응수했다.

1피리어드 1분8초 만에 황보영의 단짝 친구 신정란의 첫골이 터졌고, 북한은 1피리어드에만 6골을 넣었다. 3피리어드 1분47초에 10-0으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북한은 슬슬 퍽을 돌리며 슈팅을 자제했다.

경기가 끝난 뒤 남북한 선수들은 링크 가운데 동그랗게 모여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러나 한국팀 맨 뒤에 있던 황보영이 손을 마주치려 하자 북한 선수들은 일제히 손을 내리고 그를 외면했다. 순간 황보영의 표정이 굳어졌고, 승리 팀인 북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에도 애써 국기 게양대 쪽을 외면했다.

황보영은 이어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나 격앙된 어조로 북한 선수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저런 말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다음은 황보영의 말.

"오늘 경기는 아쉬움이 많았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 긴장하는 바람에 초반에 대량 실점했다. 북한 선수들에 대해 서운한 점이 많다. 경기 후에 "수고했다"는 말이라도 하기 위해 일부러 맨 뒤에 섰다. 그런데 그들이 노골적으로 나를 외면했다.

며칠 전 엘리베이터에서 북한의 박정란과 마주쳐 미소를 보내자 "좋아할 때가 아니다"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 그들이 나를 박살낼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했다. 실제로 오늘 심한 보디체킹을 많이 당했다. 2피리어드에서 나하고 부딪친 16번(최종순)은 심한 욕도 했다. 2월 2일이 생일인 신정란에게 주려고 목걸이와 반지를 준비했지만 도대체 전달할 기회가 없었다."

성화 하루 동안 꺼져

○…성화가 개막식 직후 거의 하루 동안 꺼져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오모리현 아오이모리 아레나에 설치된 성화는 지난 1일 개막식이 끝난 뒤 불과 세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6시30분부터 다음날인 2일 오후 4시까지 만 21시간30분 동안 꺼져 있었다. 예상보다 낮은 기온에 가스 탱크가 얼어붙어 가스 공급이 원활치 못한 데다 거센 바람까지 불어 성화가 꺼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오모리=정영재 기자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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