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문화의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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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일 정부는 한·일간의 문화교류를 올해 상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개방할 방침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외무·문교·공보부등 관계부처가 협의, 성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 방침에 의하면, 영화·연극·무용·「쇼」등 이른바 공연물의 교환계획을비롯하여 한·일간 유학생의 상호교환등 다방면에 걸친 문화교류를 일정한 기준밑에 점진적으로허가한다는 것이며 또 이러한 정부방침은 이른바 「한·일국교의 정상화」이후 일본정부의 끈덕진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부연되고있다.
우리는 비단 일본과의 사이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자유우방국가와의 사이에 넓게 문화교류의 문호를 개방하려는 정부방침에대해서 원칙상 아무런 이의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새삼스럽게 한·일간의 문화교류문제에대해서 피동적이요, 소심익익한 태도로 이른바 세부지침까지를 마련하여 마치 「일방통행적」인 일본문화의 수입을 마지못해 인정하려는듯한 인상을 주고있는데 대해서는 적지않은 의아심을 금치 못한다.
그것은 결코 한·일 문화교류를 무조건 찬성한다거나 또는 그 반대로 과거의 한·일 관계에 연유된 쓰디쓴 민족감정을 앞세워 무작정 일본문화를 경계시하려는「쇼비니즘」의 소치는 아닌 것이다. 새삼 이번의 정부방침이 아니라도 학자·정통예술인·언론인등 사이에있어서는 한·일간에 이미 상당히 넓은 영역에 걸친 문화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는터이며, 또 한·일간의 유학생교환문제만 하더라도 사실상 그 실천은 이미 여러 형태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방침은 주로 일본공연물의 국내상연을 점차 허가키로 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없는바 그럴바에야 정부의 이른바 문화교류정책이 무엇때문에 떳떳하고 대등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일관하여 피해망상적인 기교를 일삼고 있는지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우리는 이미 구미각국의 모든문화를 거의 개방적으로받아들여 일본보다도 훨씬 앞선, 높은 수준의 공연물을 눈여겨 보아왔다. 그리고 이경우에있어 한국국민대중의 수용태도는 상당히 세련된 비판력을 가지고있다는 정평이있는 터이다. 따라서 당국이 걱정하듯 우리국민대중의 타문화에대한 수용태도는 그리 얕잡아볼수없는 수준에 있음을 어느정도 자부하여도 좋을듯하다.
따라서 일본의 공연물. 그 중에도 특히 영화나「쇼」등의 국내상연으로써 야기될 것으로 예측되는 반갑지않을 제현상등은 결국 지금까지의 도를 지나친 폐쇄정책에 대한 반동으로서 나타날 일시적인 것이거나, 아니면 소위 공연기업가들의 맹목적 상업주의로 인한 일방통행적인 저속상연물의 범람현상 이외에는 별로 두려울 것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는 당국의 소위 문화교류 정책이 지나치게 세부적인 기교를 농하는 근시안적인 것이 아니라, 보다 떳떳하고 자신있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오히려 저속한 것으로 세계적 정평이있는 일본공연물의 봉쇄를 세계에 대해서 과시할수있는것이 되기를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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