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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의 새 물결 달라신 천태 흘러간 만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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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한해를 지내놓고 보면 어쩔 수 없이(?) 변한 사회상을 찾아볼 수 있다. 66년부터 세계의 화제가 되었던 「미니·스커트」가 67년엔 상륙, 선풍을 일으켰고 자가용차 족이 늘어났다. 석유난로「붐」에 연탄업자의 위세가 사그러지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서울의 노른자위가 옮겨가고 주택난의 서울에서 「아파트」가 안 팔린다. 지난 한해동안 두드러지게 변한 것은 무엇일까. 67년의 물결을 살펴보면-.

<이색 요리>
맛도 해마다 한철. 67년은 뭐라 해도「징기스칸」요리가 요식업 계에 「붐」을 일으킨 해. 재작년 11월 서울 명동의 S정에 첫선을 뵌「징기스칸」요리는 작년에 몇 곳 늘어나는 듯하더니 67년 한해 사이에 서울에서 만도 자그마치 40여 군데로 늘어났다는 추산. 이 요리는 냉동기에 오래 절은 연한 고기의 묘미와 조리법 또한 색달라 재래의 불고기보다 갑작스럽게 인기를 끌었다.
애초 소의 양을 주재료로 많이 썼던 이 요리는 원산인 대륙 계의 「로스구이」에서 「곱창전골」 「매운 불고기」의 절충식으로 가지 수가 늘더니만 최근엔 아예 「된장전골」식의 국내개발품목이 등장하는 등 요리의 종류도 화려(?)해졌다.
그런가하면 「호텔」의 식당에선 「사천식」 「광동식」의 중국 요리가 주로 고소득층과 외국인을 상대로 유행. 사천요리는 중국의 사천성이 바다가 없기 때문에 짜초이(착채), 두부,자라, 은어가 주재료인데 비해 광동 요리는 돼지고기와 해산물이 장끼.
각각 가지 수만도 2백50종을 헤아린다는 다채로운 「메뉴」를 자랑하고.
S「호텔」중국 요식부 「만다이·홀」에 의하면 대표적인 사천요리는「샤펜」(상어지느러미요리)과 「깐소따샤」(자소대하=새우요리)가 최상급으로 모두 한 접시에 7∼8백 원씩이나 한다. 청나라 궁중에서 왕의 구미를 돋우기 위해 어느 곰보상궁이 자신의 얼굴을 상징해서 창안해 냈다는 「두부요리」(마파두부)도 일미란다. 또 광동 요리가 전문인 G 「호텔」에선 「고래수염」「제비집」등이 인기. 「마카로니· 스타일」의 잔혹물 영화와 함께 이해엔 이태리식 요리도 한몫 끼어 들어 미각의 전위를 차지했다.
마늘· 고추가 짙게 풍기는 향신료가 아주 한국적이어서 한국인의 구미에 맞는다는 것.「치즈」며 「소시지」송이 버섯 등 여러 가지 소재를 넣어 짭짤하고 매콤한 맛을 나게 하는 「괴자」요리, 면류 요리인 「스파게티」「마카로니」가 새 유행의 「메뉴」. 그런가하면 우리네 고유의 궁중 요리엔 「신선로」 「구절판」등도 새로운 「스타일」로 만만찮게 미각을 발산하기도.

<미니 족 풍="「무저항" 상륙」에 너도나도|무너진 대 원칙…「아가씨무릎은 금단의 선」"잘라주세요" 한 달에 백 벌>
『지난여름 갑자기…』 하면 영화제목 같지만 우리 나라 아가씨들의 치마가 짧아졌다. 무릎 위10센티.「미니·스커트」의 물결은 이른바 동방 예의지국에 스며드는데 이렇다할 저항 (?) 한번 받지 않고 상륙했다. 한 여름엔 젊은 도시여성의 30%가량이 「미인」양이었고 영하10도를 맴도는 이 추위에도 일부여성층에선 「목하 애착 중」.
「미니」파동에 덕을 본 건 양장점들, 긴치마는 마치 못 입을 것인 양 호들갑스런 유행성 열병에 S양장점은 8월 한 달에 젊은 고객들이 들고 온「스커트」를 1백여 벌이나 싹둑거려야 했다. K양장점에선 쏟아져 들어오는 「미니·스커트」, 「미니· 슈츠」 , 「미니·드레스」의 주문으로 기쁜 비명을 질렀고.
하여간 여성의 무릎은 「금단의 선」이라던 「디자인」의 대 원칙도 이 선풍 앞에 낙엽 같았다. 왜 「스커트」의 길이는 올라가야만 했을까? 「디자이너」「앙드레·김」은 이렇게 풀이한다. 『여성의 웃옷은 이미 가슴께를 깊이 파 들어가는 대신 자라목처럼(터틀·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균형을 맞추어 「스커트」도 자연상승 경향을 갖게 된 것』 이라는 「순환론」.
겨울이 되었어도 명동의 양장점들은 무릎 위 10센티의 「미니」를 가장 많이 재단하고있다. 초「미니」의 세계기록은 무릎 위 20센티였지만 우리 나라에도 특수 직업을 가진 몇몇 여인이 초 「미니」를 입고 있다. 「미니」에도 적정 선을 산출하는 공식이 있단다. 무릎 위10센티의 다리둘레에다「히프·사이즈」를 더한 다음 이것을 신장에서 빼내어 3으로 나눈다는 것.
어째든 영국의 이름 없는 「디자이너」에 의해 고안되고 「프랑스」의 유명한 「앙드레·꾸웨주」의 손으로 유행이 시작됐다는 「미니」의 물결은 6개월만에 만조에 달한 것 같다. 「스커트」가 「미니」화 해 가는데 따라 사회문제를 걱정하는 측도 있다. 한 수사경찰관은 『그게 예쁘긴 한 것 같은데 성범죄를 부채질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 영국에선 「미니」 때문에 여성 폭행 범이 50%나 늘어났고, 「필리핀」의 국회의원들은 「미니」를 만드는 재단사를 벌하는 규제법안까지 들고 나왔다. 「파리」의 「디자이너」조합도 지난가을「미니」에의 반동으로 오히려 무릎 밑으로 20센티를 내리는 「막시」를 고안해 냈다는 소식.
새해에는 우리 나라도 「미니」가 쇠해서 썰물을 맞을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러나 다리 긴 서양여성에 맞을 「막지」를 택할 것이 아니고 무릎 선에서 살짝 멎는「황금의 선」(골든·레이트)을 택하는 것이 어떠냐고 그들은 제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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