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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향토 방위법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4일 하오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내무부가 제출한 향토방위법안을 원안대로 의결, 오늘 국회에 제안키로 했다. 이 향토방위법안은 국방위법안을 수정하여 그 명칭을 바꾼 것으로, 후자는 원래의 국방위법안에 비하여 피해보상에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부상 또는 사망자에게는 전사원호 포상법에 의한 원호 대상으로 하는둥 위헌조항을 어느 정도 삭제하고 보완하고 있다.
또 향토방위법안은 민방위법안에 포함되었던 방공법 관련 조항을 삭제하였고 적 또는 반 국가 단체의 간첩 무장 유격대 등의 침투로 인한 위해 지역안의 향토방위에 관한 것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과, 또 전국적이던 조직을 내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만 두는 조직으로 전환한 점에서 상당히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인 국방위의 의무제를 그대로 두어 향토방위를 의무화하고 있다. 향토방위법 제3조는 『대한 민국의 국민으로서 20세 이상 40세 미만의 남자는 … 향토방위의 의무를 진다. 다만 현역군인·군속·경찰관…은 제외한다』고 하였고, 또 『병역법의 적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하여 향토방위의 의무와 병역의 의무를 이중 부과하고 있다. 이것은 본란이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아무리 국방의 의무를 확대 해석하더라도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정부는 합헌적인 향토 예비군 설치법을 폐지하면서까지 향토방위법을 제정하려는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향토방위법안 제 4조를 보면 『내무부장관은 향토방위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향토방위대를 둘 수 있다』고 하고 이동 단위 조직과 직장방위 조직을 둘 수 있게 하고, 제 20조에서 『내무부 장관은 … 권한의 일부를 지방장관에게 위임할 수 있고』『지방장관은 … 권한의 일부를 경찰서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내무부장관의 판단에 따라 향토방위대는 전국 방방곡곡에 조직 될 수 있고, 이 향토방위대는 경찰의 보조기구 또는 울타리로서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인 즉 언제 어떻게 악용이 될지 국민은 안심할 수가 없다.
정부는 왜 기존입법을 폐지하면서가지 국민이 반대하는 입법을 하려고 하고 있는가. 5·16직후 그렇게도 서둘러 만든 향토예비군 설치법을 활용하지 않았던 것은 향토방위의 필요성이 별반 없었던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지, 계엄법과 위성령이 남용되었던 선예에 따라 국민은 불요 불급한 예방입법에 의하여 국민의 권리가 침해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국민방위군사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국민은 향토방위단를 전적으로 긍정 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국회가 이 법을 폐기하리라고 믿는다. 또 정부는 어떤 법안을 작성한뒤 국민이 반대하면 이를 폐지하지 아니하고 개정하는 체 하다가 시일을 끌고난뒤 국민이 찰나에 전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비열한 방책을 써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모든 입법에 국민의 의사를 정당히 반영하고 국민의 동의에 입각한 입법을 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법의 권위가 인정되고 국민이 법을 지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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