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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배용의 우리 역사 속의 미소

가정의 달 5월, 미소의 이중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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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 가는 아름다운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인연의 달이고 사랑과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인의 날, 그리고 석가탄신일까지 함께하니 기쁘고 행복 가득한 날이 많다. 세월이 갈수록 좋은 인연을 얼마나 많이 만나는가가 권력보다도 돈보다도 더 영원하다는 것을 우리는 늘 깨닫고 산다. 바로 이 명기(明器)로 표현된 두 사람의 미소 띤 모습은 혼자보다는 함께할 때 더욱 든든하고 편안함을 준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한다.

 남녀형 명기는 둘 다 긴 도포 같은 옷을 입고 두 손을 오므려 오른손은 위로 왼손은 아래로 대고 흡사 노래하는 모습 같다. 얼굴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온화하고 포근한 미소를 띠고 머리, 귀, 눈, 코, 입, 손에 철사가 칠해져 있다. 남자는 머리에 상투를 틀고 허리에는 상여대를 매고 있고, 여자의 머리는 트레머리를 했는데 남자보다 얼굴이 더 크다. 이 남녀 인물은 주인 부부의 무덤을 지키면서 시중을 드는 부부상인 듯하다.

작자미상 ‘명기(明器)’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명기는 죽은 후에도 현세와 같은 생활이 계속된다는 믿음에서 죽은 사람과 함께 무덤에 넣었던 기물이다. 고대에는 산 사람을 함께 매장하는 순장풍속도 있었지만 점차 그 풍속은 사라지고 명기를 만들어 부장했다. 조선시대 왕실을 비롯한 사대부 계층에서 사용했던 명기들은 주로 백자로 만들어졌다. 유교적 상례의식을 적극적으로 수용, 그릇이나 인물상을 실물보다 축소해 도자기로 만들어 매장했던 것이다. 옆의 명기는 백색과 회색을 띤 백자유로 17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어로 가족을 Family라고 표현한다. 이 뜻을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앞 글자를 딴 약자라고 누군가 정의했다. 이제 곧 5월 8일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가족이 점점 해체되는 상황에서 부모에 대한 효와 가족사랑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절이다. 또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뿐 아니라 이웃도 함께 내 가족같이 진정으로 품어야 할 때다. 그래야 우리 모두의 화합과 상생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배 용 전 이화여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