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아파트 사업 포기 성남시·시의회 갈등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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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위례신도시 내 아파트 건설·분양 사업을 놓고 시의회와 갈등을 빚어오던 경기 성남시가 결국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성남시는 “지난 2년간 추진했던 위례신도시 아파트 건설·분양사업을 포기하겠다”고 5일 밝혔다. 시의회가 재정 악화 우려를 이유로 성남시의 아파트 사업 계획을 다섯 차례 부결하자 성남시가 결국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성남시는 이번주 내로 LH 측에 사업 포기 관련 공문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민주당 소속 이재명 시장이 취임하면서 추진해왔다. LH가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성남·하남시 일원에 조성 중인 위례신도시 부지 가운데 일부를 매입해 아파트 1137가구를 지어 분양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당시 성남시는 “아파트 건설 분양 사업으로 1100여억원 상당의 재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이를 민선 5기 핵심 과제로 삼았다. 이후 국토교통부, LH와 협의해 아파트 건설부지로 위례신도시의 A2-8블록(6만4713㎡)을 확보하고 3400억원에 이르는 지방채 발행을 승인받았다. 당초 성남시는 2013년 3월 아파트 건설과 분양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터로 남아있다. 아직까지 부지를 매입하지 못한 탓이다.

 의회와의 갈등이 주 원인이었다. 성남시는 2011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시의회에 관련 조례안 등을 상정했으나 번번이 부결됐다. 다수당(34석 중 18석)인 새누리당이 지방채 발행에 따른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새누리당 소속 이영희 시의원은 “주민이 낸 세금에다 빚까지 내 지자체가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더욱이 경기침체로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사업을 무작정 추진했다간 자칫 시민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승훈 성남시 대변인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민간보다 낮은 분양가, 미분양분 인수 조건 민간업체와의 공동사업 등의 방안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정치적 분쟁까지 일으킨 안건을 더 이상 재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성남시가 함께 추진하던 3단계 재개발구역 주민이주용 임대아파트 조성 계획도 무산되게 됐다. 당초 시는 위례신도시 내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인근 A2-1블록(7만9574㎡)의 임대아파트 부지를 구입해 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민을 위한 순환이주단지(2332가구)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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