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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임새] "만화가=예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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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한국 만화가 위기라고 한다. 최근 몇년 새 계속 지적된 말이다. 하지만 위기(危機)라는 단어에는 '위험'과 '기회'라는 뜻이 공존한다. 국내 시장 침체가 위험상황이라면 기회는 무엇일까. 지난 1월 23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앙굴렘에서 열린 국제만화페스티벌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은 것 같았다.

"여기서는 만화가가 예술가 대접을 받습디다. 무슨 행사나 작가들이 최우선이고. 사인회에 줄은 또 얼마나 서는지."(만화가 신문수.한국만화가협회장)

"사인회가 그냥 사인이 아니야. 자기 그림 그려주는 건데 한장에 20~30분이 걸려요. 얼마나 열심히 그리는지 정말 '작품'하듯 하더라고. 그러니 받으면 기분 좋을 수밖에."(만화가 이두호.세종대 교수)

"프랑스에서는 여성 만화가 비율이 10% 정도래요. 그러니 남성 위주의 작품이라는 얘기를 듣죠. 그런데 우리는 여성 작가들이 많잖아요. 여성들의 참신한 시각이 이들에겐 무척 신선했나 봐요."(여성 만화가 최인선)

"프랑스 만화책은 크기가 보통 대학노트만 하더군요. 반면 우리 만화는 4.6배판이 기본형이죠. 우리 만화를 유럽에 소개할 때 이곳 형식에 맞춰 새롭게 편집하면 어떨까요. 번역할 때도 글자체 하나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봅니다."(김세준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과장)

"(전시된 것처럼)한국에서는 정말 휴대전화로 만화를 볼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다들 신기한 표정이었죠."(모바일 만화가 모해규)

"지난해 임권택 감독의 칸 영화제 감독상, 이성강 감독의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대상 수상 등 한국 문화가 본격 상륙하는 느낌입니다. 만화도 이 기세를 이어가야 합니다."(손우현 주프랑스 공사 겸 문화원장)

"'아키라'를 그린 일본 만화가 오토모 가쓰히로가 회견장에 들어가니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더라고요. 우리도 그런 대접 받을 만화가가 곧 나오겠지요."(만화평론가 김이랑)

이들의 산 경험이 어떤 '그림'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앙굴렘=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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