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엿보기] 추모공원 망령탓에…SK 서초구서 찬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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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SK건설은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 양재동 자동차 매매센터 건립공사를 어렵게 수주해 놓고는 쉽사리 포기했다. 이 매매센터가 서초구에 있다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이 뿐 아니다. SK건설 직원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에 짓고 있는 동부센트레빌 아파트 공사현장만 봐도 속이 쓰리다.

이 아파트 공사 역시 SK가 지난해 상반기에 수주했다가 어쩔 수 없이 동부건설에 넘겨준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5백억원의 공사비를 놓친 셈이다.

SK건설이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일대에 지을 추모공원의 시공사로 정해진 이후 나타나는 현상이다. 2001년 서초구민이 강력히 반대하는 추모공원 건립에 SK그룹이 운영권자로 선정되면서 불똥이 SK건설로까지 튀었다. 서초구 관할지역에서 공사를 따내지 못하는 것이다. 수주는 해도 인허가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우려돼 포기해야할 수밖에 없다.

서초구청 측은 겉으로는 "요건만 갖추면 인허가를 해주는 데 무슨 소리냐"고 하지만 인허가를 신청하려는 사업자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전혀 다르게 감지된다고 전한다.

서초구청 이성철 공보팀장은 "추모공원 건립에 반대하는 분위기 때문에 SK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적법성에 따라 인허가가 나오지 반감이 인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과 규정에 따라 인허가를 하는 것은 맞는 데 지역주민들의 정서도 고려해야 하지 않느냐"며 "아마 사업자들이 스스로 기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사업 시행자도 고민이 많다. L사는 서초구 방배4동에 지을 예정인 주상복합아파트 시공자를 SK건설로 잠정 결정하고도 걱정에 빠졌다. 시공사 선정은 공사비.브랜드파워 등 여러 요인을 충분히 감안해 선정하는데 쉽게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SK건설 측도 서초구에서는 당분간 사업이 어렵다고 보고 수주에 소극적이다. 아니, 아예 수주영업을 하지 않는 편에 가깝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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