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 예산심사 제도, 이번엔 확실히 손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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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부터 예산안 심사 제도의 개혁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국회는 정부예산안을 심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매년 졸속이다, 밀실이다, 하는 지적을 받곤 했다. 특히 지난해 짜인 2013년도 예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된 바 있다. 국민들은 이를 바라볼 때마다 국회는 물론 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키워 왔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가 예산 심사 제도의 문제점을 스스로 고치겠다고 머리를 맞댄 것은 환영할 만하다. 손대야 할 문제가 어디 한둘이겠는가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계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 제도에선 정부가 예산안을 제출한 뒤 국회가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시간 여유는 약 두 달에 불과하다. 한 해 340조원이 넘는 방대한 국가예산을 이 시간 내 꼼꼼히 들여다보는 건 무리다. 졸속 심사가 이뤄지기 쉽다.

 예결위의 상설화는 정치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여야 간 이견으로 실현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과거 야당은 늘 상설화를 주장했고, 정부·여당은 편성 단계에서부터 야당의 과잉 간섭을 의식해 소극적이었다. 실제 2004년엔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예결위를 상임위로 바꾸자고 했지만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이번엔 여당인 새누리당이 의지를 보일 차례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정치개혁 공약에 예결위의 상설화를 포함시키지 않았나.

 이와 함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민원성 쪽지 예산도 반드시 없애야 할 구습이다. 예산안 심사 막판에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의원들이 불쑥불쑥 끼워 넣는 예산은 재정의 효율성과 건전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선거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안면몰수식 청탁 탓에 매년 되풀이돼 왔다.

하지만 이젠 달라져야 한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짠 국가예산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심사하는 것이야말로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