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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대동남아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소 분쟁의 격차, 중공의「무투외교」, 월남전쟁, 인도의 우선회동을 중심으로 「아시아」의 세력분포가 재편의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소련의 동남아에 대한 외교정책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 상황을 보면 작년4월 소련은「싱가포르」와 포상협정을 체결한 이래 금년4월에는 「말레이시아」와의 접촉을 시도하였다. 그런 때문인지 지난11일 「말레이시아」정부는 소련과의 수교를 결정하고 곧 대사를 교환할 것을 정식으로 발표하였다. 또한 비율빈의 경우를 보면 지난 7월말 의회간부가 소련을 방문하여 무역관계를 강화하기로 하였다.
중립국인 「싱가포르」는 예외로 하더라도 소련의 대「말레이시아」 및 대 비율빈의 움직임은 우리의 입장에서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말레이시아」나 비는 한국이 주창해서 형성된 「아시아」태평양각료이사회(ASPAC)의 회원국이며 또 동남아연합(ASEAN) 의 회원국이다. 특히 비는 동남아조약기구(SEATO)의 회원국이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월남에 군대를 파견한 나라이다.
소련의 대동남아정책에서 바로 우리가 직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은 한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반공국가들에 대한 접근시도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소련이 동남아에 접근하려는 이유는 추측하기에 어려운 것은 아니다. 중공과의 경쟁에서 소련세력을 이식시키고 이념적으로 소련의 평화공존을 더욱 인상깊게 하려는 술책으로도 해석될 수 있고 미국세력에 대항하여 「아시아」의 결속을 붕괴시켜보자는 절차적인 술책에서 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그러는 데는 소위「아시아」의 「민족파」를 선동하여 한국·월남·자유중국 등 강력한 반공국가를 견제해보려는 야욕에서 나온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우리의 입장에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있는 「말」연이나 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지는 속단할 수 없어도 소련은 이들 나라와 접근하면서 무엇을 시도할 것인가는 명백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소련의 대동남아외교라는 신 요소가 적극적으로 작용할 때 ASPAC같은 것에서 대소수교국들은 우리와 같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또 현금 북괴가 점차 소련추종으로 편향하고 있는 만큼 소련은 북괴를 더욱더 옹호하기에 광분할 것이며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도 경시할 수 없다.
우리는 동남아의 우방국들의 대소외교에 대해서 가타부타 시비할 입장에 있지는 않다. 또 관계우방국들이 소련에 대해서 경솔한 행동을 취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평화공존이라는 소련의 외교노선에 호응하여 기존자유 「아시아」단결과 기존세력 균형에 대해서 만이라도 어떤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아시아」 전체를 위하여 불행한 것이 될 것이다.
평화공존이라는 편법에 의한 소련의 대외진출은 무력공세에 못지 않은 적화의 수단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 되어 있다. 그들이 그것을 내세운다고 해서 궁극적인 공산혁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자유국가들의 가치와 질서는 소련이 평화공존을 내세운다고 해서 위협이 감소된 것은 결코 아니다. 동남아 각 국은 소련이 동남아에 대해 그의 공존노선에 끌어들이려는 술책을 어떤 상황 아래서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의 입장에서는 소련의 대동남아 접근이라는 미묘한 움직임에 직면해서 상대적으로 동남아관계국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해야할 필요가 절감된다고 보겠다. 또 장차 있을지도 모를 상황변천에 철저한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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