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93% "집단소송제 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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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국회 본관 6층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회의실. 정무위 소속 의원 17명이 표결을 앞두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징벌적 손해배상제)을 통과시키는 데 이의 없으십니까?”(김정훈 정무위 위원장)

 “이의 있습니다. 저는 이 법안에 반대하기 때문에 위원장님께서는 표결처리해 주십시오.”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이었다. 그는 회의 내내 “사회 분위기가 경제민주화에 너무 편승해 있다”고 주장했다.

 “만장일치면 좋은데…. 만장일치로 해주시죠.” 민주통합당 김영주 의원이 살짝 말을 건넸다. 김 의원은 그러나 “아니요. 저는 반대입니다”를 반복했다. 잠시 뒤 국회의원들이 손을 들었다 내렸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찬성 13인, 반대 2인, 기권 2인으로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국회의 ‘경제민주화’ 입법이 본격화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10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상반기 중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22일엔 가맹사업법(일명 프랜차이즈법) 개정안과 전속고발권 폐지안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됐다. 경제민주화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국회 정무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반영한 정부안보다 한 발짝 더 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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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과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경제민주화 쟁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정치권과 대기업의 갈등이 얼마나 첨예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무위는 소속 의원 23명 중 응답거부 8명을 뺀 15명이 답을 해왔다. 정무위와 10대 그룹의 입장엔 간극 차가 컸다.

 대기업 규제에 대한 총괄적인 의견을 묻는 질문엔 응답 의원의 60%가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개별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안보다 의원들이 더 단호했다. 대기업그룹 계열사의 순환출자 규제와 공정거래법상 집단소송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무위 의원의 53%는 ‘신규뿐 아니라 기존 순환출자도 단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한 의원은 김용태 의원이 유일했다.

 집단소송제는 대다수 의원(93%)이 도입을 찬성했다. 적용 범위도 정부안보다 넓었다. 정부안에 포함된 담합과 재판매가격유지를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공정거래(47%)나 독과점(33%)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답도 적지 않았다. 전속고발권에 대해서는 87%가 ‘감사원·중소기업청·조달청 등 3개 기관에 고발요청권을 부여한다’는 공정위 안에 동의했고, 13%는 고발요청권 부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이런 입장에 10대 그룹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A그룹 관계자는 “사실 지금 있는 규제만 제대로 이행돼도 힘들다. 집단소송제 도입과 전속고발권 폐지 등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법이 모두 도입될 경우 기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정무위를 통과한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10대 그룹 중 한 곳만 제외하고 ‘최소한 현행 제도 유지’를 희망했다. 집단소송제에 대해서는 8개 그룹이 도입을 반대했고 2개 그룹만 담합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범위를 묻는 질문에는 그룹이 처한 입장에 따라 다양한 답이 돌아왔다. 현행 유지를 원하는 쪽(4개)과 공정위 안처럼 기존의 것은 놔두고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 쪽(4개)이 팽팽했다. 나머지 두 곳은 기존의 것도 단계적으로 해소하자는 전향적인 대답을 내놨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해치는 일부 내용들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최준호·박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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