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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랑드의 사회당, 메르켈 원색 비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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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메르켈은 고집스러운 이기주의자다.”

 프랑스 집권 사회당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원색적으로 인신공격하면서 유럽연합(EU)의 쌍두마차인 양국 관계가 또다시 험악해졌다. 가뜩이나 유럽 경제가 어려운데 EU 핵심 국가인 두 나라의 감정싸움이 재연되면서 조속한 위기 탈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사회당은 내부 문서에서 유로존 긴축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메르켈 총리를 겨냥해 “독일 예금자만 걱정하고 무역흑자와 자신의 정치적 미래만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오는 6월의 유럽 사회당 대회를 앞두고 만든 문서 초안에서다. 사회당의 장 크리스토프 캉바델리 의원이 주도해 작성한 이 문서는 “메르켈이 지시하는 유럽을 구해내기 위해 프랑스는 싸워야 한다”고 했다. 캉바델리 의원은 차기 사회당 당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초안은 또 “프랑스만이 EU 국가 중에 진정한 유럽의 의미를 아는 정부를 가진 위대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사회당은 보수 우파 유럽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사회당은 일간 르몽드가 27일(현지시간) 문서 내용을 폭로하자 당황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경솔한 언행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장 마르크 에로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독일과 프랑스의 깊이 있고 성실한 대화가 없으면 유럽 문제는 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미셸 사팽 노동부 장관도 “용어와 개념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과의 불화를 조성하고 최악의 상태였던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올해 우호조약 체결 5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 행사를 벌였다. 캉바델리 의원은 “당 문서 초안에서 메르켈 총리와 관련된 부분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전했다.

 프랑스 보수 야당도 “올랑드 정권이 경제정책 실패를 변명하기 위해 메르켈 총리를 속죄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알랭 쥐페 전 외무장관은 “양국 관계 악화는 치명적 위험을 부를 것”이라며 “프랑스는 신뢰를 잃고 완전히 고립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측은 프랑스 사회당의 공격에 정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가 지난해 출범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 대선에서 같은 보수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해 올랑드 측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가 내세우는 긴축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성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남유럽 국가 편을 들자 EU 리더십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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