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증시 한파' 한동안 이어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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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설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주는 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다. 사람들은 이번 추위로 겨울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지난주 증시도 날씨만큼이나 싸늘했다. 종합주가지수는 580선을 위협했고, 코스닥지수는 사상최저치를 두 차례나 갈아치웠다. 연휴 직전의 미약한 반등이 그나마 귀향객들의 위안거리가 됐다.

시장에서는 조심스럽게 2월 하순께의 반등다운 반등을 점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이라크 전쟁의 개시 여부가 판가름 나고(2월 말~3월 초), 대내적으로는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이후의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가실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주 나온 각종 경제지표들은 국내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지난해 12월의 산업활동동향은 내수위축에 따른 경기둔화의 가능성을 키웠다. 고유가와 원화강세도 이어져 유일한 경제버팀목인 수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0.7%에 그쳤고, 세계 최대의 미디어기업인 AOL타임워너가 미국 기업 사상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투자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나스닥종합지수를 비롯한 미국 증시의 각종 지표들이 2% 이상 폭락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미.이라크 개전으로 경기가 갑자기 나빠질 경우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넘쳐 콜금리 인하와 같은 금융정책은 이미 효과가 없어진 지 오래다.

또 사회복지의 확대를 내세운 새 정부가 경기부양용으로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가까스로 잡아놓은 건설경기에 다시 불을 지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다 현대상선의 대북 송금 논란이 정치권의 혼란과 대북관계 악화로 이어질 경우 시장외적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 증권사들은 2월 중 주가가 560~620선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을 사더라도 핵심 우량주나 업종 대표주 위주로 긴 안목으로 투자할 것을 당부한다. 낙폭이 큰 주식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발목을 잡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과거 경험상 설 연휴가 끝난 후 처음 장이 열리는 날 주가가 크게 출렁인다. 최근 5년간 연휴 후 첫날 주가가 오른 경우 상승률은 평균 5.9%, 떨어진 날의 하락률은 평균 -4.2%에 달했다.

이번주 초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 뇌동매매보다는 중장기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시기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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