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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이미 친절 … 100% 활용 막는 입시부터 개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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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교과서 개편이 교육계 현안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국무회의에서 “교과서가 너무 간단해 전과 등 참고서를 보지 않으면 알아듣기도 어렵다”며 “모든 것을 볼 수 있도록 충실하고 친절한 교과서를 만들어달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시험문제도 교과서 밖에서 내지 않으면 나머지 질서는 알아서 잡힌다”고도 말했다.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친절한 교과서’는 공약 실천 의지를 강조한 표현이다.

교육부도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내년 2월까지 새 교과서 개발 모형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교육부는 자기완결형 교과서 개발에 올해 217억원 등 2017년까지 모두 46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교육계 반응은 엇갈려=대통령의 친절한 교과서 발언에 대한 교육계 반응은 엇갈렸다. 교과서는 이미 친절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수학에서 개념 설명은 교과서가 어떤 참고서보다도 자세하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과거에는 지식 주입형이었지만 현재는 학생 활동 위주로 만들어져 아주 많이 친절해졌다.” (조영혜 서울 국제고 국어 교사)

 또 학생 스스로 학습 가능한 자기완결형 교과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왔다. 윤혜정 서울 덕수고 영어 교사는 “교과서는 학교 현장에서 교사·동료 학생이 소통하고 함께 활용하며 완결성을 높여가는 학습 도구”라면서 “학생이 혼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는 교과서가 정말 친절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과서의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교과서에 설명이 충분치 않아 해설서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고서 구매부담이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경자 대표는 “학생들이 참고서 구입에 많은 돈을 쓰는 만큼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개발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교육과정따라 너무 자주 바꿔 문제=교과서 개편이 새삼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이미 교과서를 너무 자주 바꿔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교 교육 목표와 교육 내용을 담은 이른바 ‘교육과정’을 2007년, 2009년 잇따라 바꾸면서 이에 맞춰 새 교과서를 보급 중이다.

 교과서 보완도 필요하지만 현행 교과서를 제작 취지에 맞게 100%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 정부가 올해 대입 수능 시험에서도 EBS 교재 내용의 70% 출제 방침을 고수하기로 해놓고서 교과서 중시론을 꺼낸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있다. 노용욱 목포여고 생물교사는 “EBS 연계 때문에 고3 교실에선 교과서가 무용지물이 됐다”면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선 EBS 교재의 수능 연계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서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학교 현장의 다양성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대표는 “교과 내용 안에서 시험을 출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교과서 중심 수업이 강조되면 교사가 교과서 밖의 자료를 활용해 수업 자료를 재구성하는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고교 교장도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말하는데 학생들이 교과서에만 열중하면 창조력을 가진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시윤·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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