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쓴 시나리오… 2년간 밀착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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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씨는 도박만화 '타짜'를 그리기 위해 수년간 소위 '꾼'들을 찾아 지방을 헤맸다. 그는 "형사가 범인 쫓듯이 찾아다녔다"고 말할 정도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드 카드'의 김유진 감독과 이만희 작가도 시나리오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2년간에 걸쳐 일선 경찰서의 강력반 형사들을 밀착 취재했다.

영화 속 범죄가 퍽치기로 정해진 것도 형사들의 조언 덕이었다. 퍽치기는 주로 취객을 때려 기절시킨 뒤 금품을 터는 범죄. 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퍽치기는 아무 기술이 필요 없어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데다 피해자가 죽는 경우가 많아 증거를 찾기가 힘들다"며 영화를 통해 경종(!)을 울려줄 것을 당부했다고. 영화 속에서 강력반원들을 애먹이는 연쇄 쇠구슬 퍽치기는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다.

정진영.양동근.한채영이 연기하는 형사들도 실제 모델이 있다. 특히 파트너로 등장하는 정진영과 양동근의 모델이 된 서울 모 경찰서의 강력반 형사들은 실제로도 파트너 관계라고 한다.

다음은 형사들의 충고가 살아있는 대사들.

▶"어떤 형사가 속옷을 매일 갈아입어?"-오형사(정진영)의 아내가 속옷 갈아 입으러 들른 남편에게.

▶"둘이 잠복하다가 한명 사라지면 꼭 그때 범인이 나타나잖아."-방형사(양동근)가 같이 잠복하다 화장실 가는 오형사를 보고.

▶"무겁고, 잘 풀리고, 살을 파고 들어서 그렇지, 우리나라 것도 괜찮죠."-반장 생일날 독일제 수갑을 선물한 뒤 한 형사가 비꼬면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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