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佛·獨 통신 메이저들 적자로 몸살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KT(전 한국통신)와 같은 성격을 지닌 프랑스의 프랑스텔레콤과 독일의 도이체텔레콤이 어려움에 처했다. 프랑스텔레콤은 부채 축소 계획이 보유 주식의 주가 하락으로 난관에 부딪혔으며, 도이체텔레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인 자회사의 손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먼저 프랑스의 거대 통신기업인 프랑스텔레콤. 이 회사는 통신 시장의 불황으로 자사가 투자한 관련업체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바람에 프랑스 기업 사상 둘째로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는 이 회사가 거대한 부채의 규모를 줄이려고 자사가 투자한 유럽 통십업체들의 주식을 팔려고 나선 가운데 불거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유 주식 매각을 통해 부채를 청산하려는 기업의 시도가 주가 하락으로 난관에 부딪힌 경우다.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미셸 봉 사장은 지난 3월20일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케이블방송그룹 NTL과 독일 이동통신업체 모빌콤의 주식의 주가하락으로 1백2억 유로(약 90억 달러)의 평가손을 입었다고 밝혔다.

거대 이동통신 기업인 오렌지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의 부채는 6백50억 유로에 달한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비핵심 부문을 매각함으로써 2003년 말까지 순부채 규모를 3백70억∼4백70억 유로로 줄일 계획을 세웠다.

19일 프랑스 언론들은 이를 위해 프랑스텔레콤이 이탈리아의 에넬사와 합작으로 만든 윈드사의 지분 26.6%를 에넬측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에넬은 이 회사 지분의 73.4%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지분 전체를 갖게 된다.

윈드는 프랑스텔레콤측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오렌지의 이탈리아 내 자회사다. 주식 평가손을 계산에 넣지 않을 경우 프랑스텔레콤은 지난해 결산에서 19억 유로의 순익을 냈으며 영업이익은 52억 유로를 기록했다. 2000년의 영업이익 48억6천만 유로에 비해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전체 이익의 이러한 신장세는 이동통신업체 오렌지의 고속 성장에 힙입은 바 크다. 오렌지는 핵심분야에서 지난해 86%의 성장을 기록했으며, 세전 이익이 3억8천만 유로에 이르렀다. 프랑스텔레콤은 이 알짜 자회사를 팔아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에넬과 프랑스텔레콤 모두 이같은 보도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지만 르 피가로는 이 거래의 규모를 40억∼50억 유로로 추정했다.

프랑스텔레콤은 이어 자회사인 TDF의 지분 65%를 20억 유로 정도에 팔고, 자사가 가입하고 있는 위성통신 컨소시엄들의 지분도 팔 예정이다. 이 회사는 위성통신 컨소시엄 중 유텔사트에서 우선 빠져나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텔레콤은 또 독일 이동통신업체 모빌콤의 지분 28.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팔아 60억∼70억 유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주가 하락으로 잠시 주춤거릴 가능성이 커지긴 했지만 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독일측 파트너 게하르트 슈미트와 그의 부인이 옵션에 따라 이 지분을 구입하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슈미트 부부는 프랑스텔레콤측 지분을 인수해 33.5%의 지분으로 모빌콤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텔레콤측은 지금 상태에서 헐값에 파느니 차라리 계속 지분을 보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독일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이 운영하는 유럽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 T온라인의 2001년 적자 규모가 그 전해의 두 배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고 영국의 BBC방송이 보도했다.

2000년 3억9천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지난해 7억9천7백만 유로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난 3월21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의 합작투자가 실패하는 바람에 적자규모가 커졌다고 밝혔다.

특히 요금 정액제 등을 도입하는 바람에 이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입자 수와 매출이 느는 등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적자가 그 전해의 6천8백10만 유로에서 3천1백20만 유로로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4분기 적자폭이 줄어든 것은 T온라인의 핵심 사업지역인 독일에서의 비용절감에 힘입었다. 게다가 올해에는 독일에서 첫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유럽 지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중 주도적인 위치를 더욱 굳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컨대 제3지역에 대한 투자에서 재미를 못 보고 있을 뿐 핵심지역에서는 구조조정·비용절감으로 적자폭을 줄이는 등 체질을 강화하고 있으니 회사 전체를 비관적으로 보지는 말아달라는 주문이다.

T온라인은 현재 1천7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데, 올해 말까지 추가로 2백만명의 고객을 더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의 80%를 고객 요금으로 올리고 있을 정도로 요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이 회사측은 지난해 하반기 광고매출이 늘어 3분기에 4천40만 유로였던 것이 4분기에는 6천5백만 유로가 됐다고 밝혔다.

글 채인택 중앙일보 심의실 기자 (ciimccp@joongang.co.kr)

출처:이코노미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