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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문화에 새 확증|대전유적과 출토품을 보고 - 진홍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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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7월 6일 우연히 발견된 대전 괴정동의 출토 유물은 내용이 주목할 만하여 8월 29일 현지를 조사하게 되었고, 마침 그날 국립 박물관 고고과의 일행이 유구의 확인을 위한 발굴이 있어 대체적인 수습이 이루어 졌다. 이 유구가 있는 곳은 대전 시내에서 서북으로 약 6킬로. 괴정동 244의 14의 그다지 높지 않은 구릉에 위치한다. 이 부근은 모두 경작지이며 황토질로 돼있다.
토지소유자 손용갑씨는 표토 밑 1자 정도에 석괴가 있어 경작에 지장이 되므로 그 돌덩이를 제거하기 시작한 것이 지표 밑 2·7미터깊이에서 일련의 유물이 출토되었다는 것이다. 재발굴한 후의 상태와 발견자의 말을 종합하여 보면 지하에 자연석괴로서 간단한 석곽을 마련하고 그 밑바닥에 특별한 시설 없이 유물을 매장한 다음 약 1·2미터 정도 높이로 석곽과 같은 넓이로 석괴를 쌓아 올린 다음 그 위부터는 지표 밑 1자정도의 높이까지 범위를 넓혀 타원형으로 같은 석괴가 쌓여있었다.
석곽은 장축이 거의 남북을 가리키는 장방형으로 남쪽 끝은 이미 제거되어 원형을 알 길이 없었으나 남북 길이 2미터여 동서 길이 약 0·5 미터의 규모가 아니었던가 추측되었다. 유물은 북쪽 끝 서벽에서 시작하여 토기, 동제품의 순으로 배열되었고 훨씬 남으로 치우쳐서 동벽 가까이 석기, 남쪽 끝 거의 중앙부에 장신구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전문가의 손에 의하여 발굴되었더라면 매장유물의 중요성과 아울러 보다 가치가 컸으리라 생각되지만 대체의 매장상태를 기록할 수 있었고 출토유물이 산일 됨이 없이 수습되었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유물 중에는 한국 초유의 출토품도 있어 앞으로 신중한 연구를 거쳐야 할 일이지만 우선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①토기 2점 중 1점은 높이 16.7센티 정도의 적갈색의 조질 토기. 다른 하나는 흑도계의 토기이다.
②석족 3점 중 하나는 길이 7센티 정도의 유섭형 무경식이다.
③동검 1점은 길이 32센티의 완호품.
④동탁 2점은 길이 11∼12센티로 정부에 반원형 꼭지가 달리고 문양은 없다.
⑤다유세문경 그림은 지름이 11.3센티와 8. 2센티의 대소 2점이나 대파되었다.
⑥순형 청동기 1점은 길이 16센티.
⑦검파형 청동기 3점은 길이가 각각 22, 22.5, 23.5센티.
⑧원개형 청동기 1점은 지름이 21센티.
그러나 위의 세 가지 유물은 아직 그 용도를 알 수 없고 처음 발견된 것이다. 그 중에는 표면에 극히 세밀한 문양이 있어 청동기 제작기술의 놀라움을 보여주고 있다.
⑨석제 장식품 2점은 환을 반분한 형태이며 한쪽에 구멍이 나있다. 약간만 손질하면 개옥이 될 수 있는 형태다. 그중 하나는 재발굴 때 발견되었다.
⑩소옥 50여 개는 손씨에 의하여 발견된 것이다. 대소가 균일하지 않으나 지름이 약 0.3 센티 정도의 구멍이 뚫린 원형 품이다.
이상의 유물들을 일견하면 토기 석기 청동기 등 다양성이 있는바 이러한 출토 예는 희귀한 예로서 이들 일괄유물이 지니는 자체의 가치는 물론 시대적인 문화사적배경을 고찰하는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임이 틀림없다. 더욱 한국초유의 출토품은 청동기 문화에 대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지도 모르는 중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대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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