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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소의 정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 제약업소에 대하여 대대적인 정리선풍이 불 모양이다. 19일 보사부 당국이 밝힌 바에 의하면 전국 3백46개의 제약업소 가운데서 그 동안의 생산실적이나 시설 등이 비교적 우량하다고 인정되는 50여 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3백여 군소 업소들이 이 정리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시, 약품이라는 것은 국민건강과 인체의 안전에 직접적인 관련을 가진 것이다. 그러므로 부실한 제약업소가 난립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보건행정의 부실과 유관한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뒤늦게나마 이의 철저한 정리에 발벗고 나선 당국의 결의에 대하여 적극 성원을 아끼지 않는 바이지만, 다만 이번 조치도 종전과 같이 보건행정자체의 약체성 때문에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과당경쟁과 과대선전 때문에 약품의 질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쓸데없는 약품의 과용 및 오용으로 인한 폐해가 날로 심해지고 있었음은 누누이 지적돼 오던 터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엉터리 주사약, 가짜 항생물질, 함량미달약품 등 갖가지 부정의약품이 범람하게된 것은 극히 당연한 자연의 추세였다 할 것이다.
국민의 약품남용과 부정의약품의 범람 등은 원천적으로는 우리 나라 현행약사행정체계 자체의 잘못에 있다.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아무나 극약까지를 포함한 모든 약품을 손쉽게 약방에서 구할 수 있다는 데에 그 근본적인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들로 하여금 제약업소의 과대선전에 현혹되어 아무 쓸모 없는 약품을 남용 내지 오용케 하는 습성에 젖게 한 것 역시 다름 아닌 보건행정의 맹점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여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줄 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보사당국의 조치에 첨가하여 요청할 몇 가지 주문이 있다.
첫째 제약업소의 정비는 단지 과거의 생산실적이나 몇 가지 시설기준만을 가지고 임할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 폭을 좀더 넓혀야 할 줄 안다.
과거에는 이른바 「톱·메이커」로 알려진 유명업소에서 만들어낸 약품 중에도 함량부족, 불순물함유, 또는 처방 외 조제 등으로 말썽을 일으킨 예가 허다하였음을 상기할 것이다. 이 점 과거에 약사법이나 국민의약법 등에 저촉된 부정 또는 위법의 범법전과가 있는 관련자를 제약업소에서 철저하게 배제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고, 이의 위반업소를 제1차적 정리대상으로 삼아야 할 줄 믿는다.
둘째 당국은 이번 정비와 병행하여 제약업소의 제약별 전문화를 기할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는데 우리는 이의 충실한 실현과 아울러 모든 제품에 대하여 보다 세분화된 규격엄수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일례를 들어 멸균 증류수만을 제조하는 업소는 그 제조과정의 단순성 및 제품가격의 염가 등을 이유로 생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그 제품의 질·포장·용기 등에 있어서도 빈축을 사는 예가 허다하다.
그러므로 엄격한 기준 밑에 가령 멸균증류수의 제조업소는 모모업소 이외에는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신임이 자연적으로 생길 정도로까지 그 전문화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이것만이 진실로 우수한 의약품을 안심하고 공급 사용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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