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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우군 유괴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찰은 4일 하오 5시 춘우군 유괴사건의 범인 최외석, 최정석 형제를 진주에서 검거하고 또 다른 공범 김경태를 오늘 새벽 4시경 서울에서 검거하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잔인 무도한 무리들은 춘우군을 지난 7월 18일 하오 2시에 유괴한 뒤에 밤 9시께 시외 남강 백사장에다 생매장하였다 한다. 춘우군 유괴범이 사건발생 18일만에 타진되긴 하였으나 유괴되었던 춘우군이 끝내 무참하게 살해되었다는 이 비보는 그것을 접하는 이로 하여금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춘우군은 일곱 살 난 국민학교 1학년어린이. 이 귀하고 티 없는 새싹을 유괴한 것도 가증한 것이지만 마침내 강제로 죽음의 길로 몰아 넣었다하니 범인들의 이 만행은 만인의 공분을 촉발시키고도 남는 바가 있다.
따질 것도 없이 관계당국은 이 잔학스러운 범인들과 그 관련자들을 다스림에 있어서 이 사회적 공분을 기초로 엄중한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범인 김경태는 평소 경제사정 때문에 가족들과 분리된 채 생활하여 오는 가운데 일확천금만 하면 가족들과 함께 단란하게 모여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있었다 한다.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이 가공스러운 범행을 저질렀다 한다. 자기일신상의 가정사정으로 춘우군을 유괴하고 살해했다하니 이것은 모골을 서늘케 하는 야만행위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의 다른 불우한 사람들은 성실을 다하여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에 골몰하고 있는데 이 김경태 등 범인의 경우는 도저히 그 사고나 수법이 상식으론 납득되질 않는다. 물론 인간의 욕구불만이라는 것도 그 형태가 가지가지이고 그 발산의 방법도 가지가지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이런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은 비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근래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듯하기도 한 유괴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강구돼야 할 필요가 절실하다.
한편 이번 사건의 경위를 훑어보면 범인들은 춘우군을 유괴하여 살해장소인 남강 백사장에 갈 때 「마이크로·버스」를 이용하였다 한다. 그동안 춘우군은 이 강제납치 행위에 차창을 부수는 등 가냘프나마 힘껏 저항을 했던 모양이다. 따라서 그 「마이크로·버스」의 운전사도 아무리 평소 범인들과 친면이 있다해도 이 사건의 내용을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범행당시에 그 끔찍한 납치광경을 소상하게 눈 익혀 보았었을 터이므로 즉각 그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만 하였었던들 어쩌면 춘우군의 생명도 구할 수 있었겠고 범인들도 일찍이 검거 되었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무지한 운전사도 응분의 엄중한 벌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수사가 진전됨에 따라 이번 춘우군 사건은 여러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지만 아뭏든 그것이 사회적 문제이긴 수사 기술상의 문제이건 이번만큼은 철저하게 그 근인이 파헤쳐져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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