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소위 대체휴일제 합의 '과속 스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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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대체휴일제’(공휴일에 관한 법률안)를 둘러싸고 여권이 고민에 휩싸였다. 대체휴일제란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날을 휴일로 지정하는 제도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21일 “정부가 어떤 입장인지 협의해 본 뒤 국회 처리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체휴일제의 전격 시행 여부를 놓고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체휴일제 도입이 인수위의 국정과제이긴 하지만 향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찬반 논란이 있기 때문에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관련,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현재 공휴일은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걸 법률로 만드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데다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게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장관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 등 경제에 미칠 영향도 세밀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성급한 처리가 이뤄지지 않도록 여당 지도부에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의장 대행은 “대체휴일제를 4월 국회에서 처리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들이 대체휴일제 법률화에 난색을 표시하는 것은 재계 쪽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체휴일 지정으로 공휴일이 연간 3.3일 증가할 경우 조업일수 감소 등 광공업 생산차질(13조5093억원)에 수반되는 산업 연관 효과로 인해 최대 28조1127억원의 생산 감소가 우려된다”며 “법정 연차휴가를 포함해 우리나라 연간 휴일·휴가일수는 현재 135~145일로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 6개국 평균 131.7~133.3일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는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휴일 근로수당 등 소득이 증가하겠지만, 일용직·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오히려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해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찬성론도 만만찮다.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대체휴일이 1일 늘어나면 민간 소비는 3조5000억원이 증가해 내수활성화와 여행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가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체휴일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배경 논리다.

 새누리당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마련하지 못했다. 법안소위 통과 자체가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이뤄진 일이기 때문이다. 19일 법안소위에서 대체휴일제가 통과된 것은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의 개인적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안전행정부 측은 “정부안을 마련해 올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고 새누리당 김영주 의원도 신중론을 폈으나 황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과 뜻을 모아 법안을 통과시켰다. 쇄신파로 분류되는 황 의원은 “당과 협의는 없었지만 이미 인수위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국민 찬성 여론도 높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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