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女상사 무시하는 남자 직원은 내보내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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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 참여하는 딸들에게 필요한 자질은 아들에게 요구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능력이 있어야 하고 시장과 사업을 잘 이해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딸들의 경영시대』(원제: The Daughter Also Rises)를 쓴 미국의 컨설턴트 앤 프랜시스(Anne E. Francis·사진) 박사는 “이런 자질을 갖추더라도 딸이 다른 가족 구성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랜시스 박사는 남편과 함께 ‘패밀리 비즈니스 리소스 센터’를 설립해 30여 년간 가족 기업의 경영·승계를 중심으로 컨설팅을 해왔다. 프랜시스 박사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딸 CEO’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모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는 딸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은.
“가족 기업이 범하는 큰 실수 중 하나는 구성원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다. 딸은 가업 운영자의 눈에 잘 띄지 않고, CEO 후보로서의 고려 대상이 아니기에 능력 발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아들에 비해 훈련받을 기회가 적고 낮은 직위에 머무르게 된다. 여성은 나약한 리더가 될 것이란 인식도 상당하다. 여성은 권위적인 남성 리더십과 달리 협조와 팀워크에 기반한 리더십을 활용한다. 이런 상호작용의 리더십이 전제군주적 리더십과 다를 뿐 그게 약한 것은 아니다.”

-가족 사업에 참여하려는 딸을 위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은.
“가업 참여 측면에서 딸들은 여전히 약자다.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남자 형제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으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딸들도 있다. 아버지도 딸이 적격자임을 알면서도 아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딸이 리더십을 기르고 권위를 가질 수 있도록 가족들이 지원하고 각종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다.”

-경영에 참여하는 딸과 그 배우자 사이의 바람직한 관계는.
“책임을 공유하고 각자의 능력과 기여를 존중하는 것이다. 일만큼 배우자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결혼 후에야 배우자가 일을 존중하지 않고 양육 책임을 나눌 생각이 없다는 걸 안다면 그땐 너무 늦다.”

-직장에서 여성 상사와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남성도 있다.
“그런 생각까지 바꾸기란 쉽지 않다. 먼저 여성 상사가 뛰어난 판단과 결정을 통해 남성의 존경을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도 자신의 지위와 권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함께 일할 수 없다. 내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남성은 일단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면 ‘차별 속에서도 이런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면 굉장히 유능할 것’이라 생각해 남성 파트너보다 더 호의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은 책에서 ‘가족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5년의 경력을 쌓으라’고 조언했다.
“꼭 5년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가족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 다른 회사에서 충분한 현장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 그 기간이 너무 짧으면 금방 잊어 버리고 타성에 젖기 쉽다. 사업주의 딸이 아니라 평범한 사원으로 대우받을 때 다양한 경영관리 능력을 키우고 자신감을 기를 수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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