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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작품상 '뷰티풀 마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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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데이'에서의 연기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한 덴젤 워싱턴.
일요일 밤(미국 현지시간) 열린 제7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뷰티풀 마인드'가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4개부문을 차지했다.

이 영화를 만든 론 하워드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고, 제니퍼 코넬리는 여우조연상을 가져갔다. 또 실비아 나사르의 책을 극화한 아키바 골즈먼은 각색상을 획득했다.

덴젤 워싱턴과 할 베리는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흑인으로는 사상 두번째와 세번째로 주연상을 받은 두 사람에게 관객은 우레와 같은 박수을 보냈다.

'트레이닝 데이'로 주연상을 받은 워싱턴은 흑인으로는 유일하게 아카데미 주연상을 수상했던 시드니 포이티어에게 공로를 돌렸다.

워싱턴은 같은날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은 포이티어를 바라보면서 "난 항상 당신을 뒤쫓을 것"이라며 존경심을 표시했다.

'몬스터 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할 베리는 감격에 젖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카데미 수상의 공로를 모든 유색인종 여인들에게 돌렸다. "하나님…"이라고 말문을 연 베리는 감격에 북받쳐 울먹이며, "미안해요. 이 순간은 나에게 너무 벅차요. 이 순간은 도로시 댄들릿지, 레나 혼, 다이엔 캐롤… 이 상은 모든 무명의 유색여인들을 위한 것이에요. 왜냐면 오늘 그들을 향한 문이 열렸거든요"라며 말을 이었다.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도 4개부문을 수상했다. '반지의 제왕'은 촬영, 시각효과, 음악, 분장상 등을 수상했지만 주요부문 수상에는 실패했다.

16번이나 후보에 올랐던 랜디 뉴먼은 처음으로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열화와 같은 환호에 둘러싸인 뉴먼은 "동정을 받고 싶진 않다. 난 우선 나에게 지난 세월동안 굴욕감을 안겨준 오스카의 음악분야에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상과 주제가상 분야의 단골손님이었던 이 싱어송라이터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If I Didn't Have You'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짐 브로드벤트는 영국작가 아이리스 머독의 남편 존 베일리 역을 맡았던 영화 '아이리스'로 남우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고스포드 파크'의 줄리안 펠로우스는 각본상을 가져갔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만들어진 '노 맨스 랜드'는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설마! 내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코넬리는 매기 스미스와 헬렌 미렌, 마리사 토메이, 케이트 윈슬렛을 물리쳤다.

코넬리는 "어떤 아름다운 운명의 힘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느끼게 하는 이 직업을 갖게 했고, '뷰티풀 마인드'를 통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말했다.

브로드벤트의 수상에 몇몇 사람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안 매켈렌('반지의 제왕')과 존 보이트('알리')가 이 분야에서 유력한 수상자로 예상됐다.

브로드벤트는 수상자로 발표된 뒤 "설마!"라고 외쳤다. 그는 영화제작자에게 그의 작품을 쓰도록 허락해 준 베일리에게 감사하면서, "난 그와 아이리스의 삶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베일리의 책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브로드벤트는 올 아카데미에 후보로 오른 다른 영화에도 출연했다. 작품상 후보로 오른 '물랑 루즈'와 르네젤웨거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것이다.

'물랑 루즈'는 의상상과 미술상을 차지했고, '블랙 호크 다운'은 음향상과 편집상을 가져갔다. '슈렉'은 처음으로 제정된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진지함에서 들썩거림으로

시상식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곧 사회자 우피 골드버그가 가뿐한 드레스를 입고 입장하자 음울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9·11 테러의 여파로 인한 안보 조치들을 포함한 여러 가지 주제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골드버그는 "이곳은 보안은 일부 후보들의 얼굴보다 더 긴장돼 있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톰 크루즈가 중앙 무대로 걸어나와 영화가 중요한 이유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는 "9·11 테러 후 한 친구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디 알렌은 나중에 시상식에 나와 뉴욕 영화들에 관한 영화를 소개했다.

그는 기립박수를 받으며 "아주 감사하다. 알몸수색을 보상하고도 남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열렬한 환호를 환호를 받은 사람은 공로상을 수상한 시드니 포이티어와 로버트 레드포드였다.

1963년 '들의 백합'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포이티어는 탁월한 연기와 영화계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존재감, 그리고 영화계의 존엄성과 멋, 지성의 상징으로 이번 공로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협회는 기자회견에서 레드포드가 선댄스 영화제를 설립해 독립영화 제작을 고무시킨 것이 공로상 시상의 주요 이유라고 강조했다. 레드포드는 1980년에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누가 무엇을 입었나?'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 전통의 레드 카펫 위에서는 눈부신 아카데미 패션들이 등장했다. 언론 매체들은 바깥에 몰려 나와 예의 질문을 던졌다. "어떤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있습니까?"

'멀홀랜드 드라이드'의 로라 해링은 2천7백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1백만 달러 상당의 백금끈과 다이아몬드 장식의 하이힐(스튜어트 위츠먼)으로 치장을 했다. 그녀는 3명의 경호원을 대동했다.

그녀는 "디자이너들이 신데렐라 스토리를 바라고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멕시코의 조그만 마을 출신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고 성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할 베리는 포도주 빛이 감도는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장에 도착했다. 이 드레스의 상체는 안이 비치는 얇은 천으로 되어있었지만 꽃무늬 장식으로 민감한 부분을 감추고 있었다. 베리의 스타일리스트 필립 블로치는 할 베리의 엘리 사브 드레스에 대해 "좋은 드레스가 임자를 만난 격"이라고 말했다.

헬렌 미렌은 흰색 조르지오 알마니 드레스를 입었고 여우조연상 후보 케이트 윈슬렛은 꽃으로 장식된 어깨끈이 달린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

남자 배우들은 턱시도와 화려한 정장 혼합한 듯한 의상을 입고 나왔고 주로 광택이 나는 금속 색깔의 넥타이를 했다. '인 더 베드룸'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톰 윌킨슨는 광택이 나는 단색 넥타이에 알마니 정장을 입었다. '알리'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윌 스미스는 금색 넥타이에 더블자켓을 걸쳤다.

심플한 턱시도를 입은 이안 맥켈렌은 뉴질랜드산 행운의 목걸이를 걸고 나왔다. 그는 "배역을 연기하기 전에 '반지의 제왕'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추종자들로부터 어떤 협박도 받지 않았고 감독 피터 잭슨을 포함한 수많은 '반지의 제왕' 팬들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 고 말했다.

헐리우드 코닥극장에서 처음으로 열린 올해 시상식의 경비는 극도로 삼엄했다. 극장 밖의 거리는 봉쇄됐다. 과거에 팬들은 외곽 자리를 얻기 위해 시상식장에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하고 뒷조사를 받아야 했다. 아카데미협회 집행관 릭 로버트슨은 "경찰 병력도 상당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CNN) / 이의헌·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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