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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근처 ‘김관진 처단’ 전단 494장 … 종북 소행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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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신변을 위협하는 전단이 19일 오전 발견돼 공안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국방부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를 전후해 서울 용산 삼각지에 위치한 국방부 앞 식당가 골목에서 “김관진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 북의 최고존엄을 함부로 건드리며 전쟁 광기를 부리다가는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된다”(사진 참조)는 내용의 전단 494장이 발견됐다. 시민이 이 전단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군과 경찰·국가정보원은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 당국은 주변 폐쇄회로TV(CCTV)와 차량들의 블랙박스를 확인하고 전단에 남은 지문감식을 통해 용의자 색출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 당국은 북한 고정간첩 외에 친북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단에 씌어진 68자의 글씨는 북한 방송에서 많이 쓰는 ‘HY 백송 B체’이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컴퓨터에 있는 서체여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유인물 내용 중 ‘북의 최고 존엄을 함부로 건드리며’라는 문구는 북한이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 등으로 스스로를 지칭해온 것과는 다른 (3인칭) 표현법”이라며 “국내 종북세력이 현 상황에 편승해 사회 혼란을 조성할 목적으로 살포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일부 기자들에겐 전단 내용과 함께 김 장관에 대한 마지막 경고라는 e메일이 배포되기도 했다. wkwnxhddlf904@yahoo.com 계정의 사용자는 “국방장관 김관진에게 경고 메시지를 4월 19일 전달했다. (중략). 마지막 경고다. 만약 김관진이 마지막 경고를 무시하고 함부로 (입을) 놀리면 그때는 처단만이 그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e메일 사용자의 계정 ‘wkwnxhddlf904’를 한글 자판으로 바꾸면 ‘자주통일904’가 된다.

 이날 북한은 지난 16일 최고사령부의 최후통첩(“적대행위를 중단치 않으면 예고 없는 보복행동이 개시될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이해하기 어려운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논평하자 비난을 퍼부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은 담화에서 “역적패당이 공화국의 최고존엄을 제일생명으로 여기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가슴을 난도질하고 사죄 한마디 없이 무사히 지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망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발표한 조평통 대변인 담화 내용을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조평통은 지난 18일 오전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사실상 한 차례의 핵전쟁을 치른 것이나 같다”고 했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부터 “핵전쟁을 치른 것이나 같다”는 표현을 “핵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나 같다”라며 현재진행형으로 바꿨다. 북한 주요 기관의 담화 문구가 수정된 건 이례적이다. 정부 내에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대화 제의 등으로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자 정책 결정에 혼선이 생겼거나 말과 달리 실제론 전쟁은 생각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용수·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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