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학교 추천 우수 학생이 밝히는 '난 이래서 자사고 선택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얼마 전 한 포털사이트에 ‘상산고 vs 하나고, 미치겠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상산고와 하나고 둘 다 가고 싶은데 어디를 고를지 고민이라는 내용이다. 워낙 입학 경쟁률이 높은 명문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라 들어가고 싶다고 다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위 스펙 좋은 상위권 학생이라면 한 번쯤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나에게 잘 맞는 학교가 어디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산고도 가고 싶고 하나고도 가고 싶은 학생을 위해 2013학년도에 우수한 성적으로 두 학교에 들어간 입학생에게 직접 물었다. 왜 상산고를 택했느냐고, 왜 하나고였느냐고.

◆ 상산고 입학한 나웅찬

“자유로운 분위기서 공부하려 과학고 안 가”

상산고 신입생 나웅찬(15·서울 중암중 졸)군은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고 잘한다. 하지만 과학고에 가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나군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부족한 과목까지 두루 배우고 싶었다”고 상산고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과고는 과도하게 ‘열공’ 분위기인 데다 특정 과목에 집중하는데, 이런 점이 마음에 안 들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과고·외고 등 특목고보다 자사고가 자유로운 편이다.

 그는 “중학교 때 전체 340명 중 10등 정도였다”며 “상산고는 입학시험에 주요 과목, 즉 국·수·사·과·영 내신성적만 반영하기 때문에 예체능 등에서 좀 부족했지만 좋은 성적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군의 주요 과목 성적은 전교 3등이었다.

 과고를 목표로 한 적은 없지만 하나고와 상산고 둘을 놓고 저울질한 적은 있다. 나군은 “난 내 공부 성향을 명확히 꿰뚫고 있다”며 “결국 상산고가 성향에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인 2기(技) 식으로 예체능 등 기타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학교보다 학업에 좀 더 집중하는 학교를 골랐다는 것이다.

 학업에 집중하는 학교 가운데서도 상산고를 고른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나군 아버지의 영향이다. 상산고는 아버지 모교이기도 해 입학 전인 지난해 봄 가족과 함께 미리 학교에 가 봤던 것도 학교 선택에 도움이 됐다. 학구적인 분위기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둘째는 수학에 강한 학교라는 점이었다. 나군은 “수학을 워낙 좋아해 수학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잘 알려진 대로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이사장이 세운 학교다.

 나군이 꼽은 공부 비결은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거다. 하지만 수업 중 필기는 하지 않는다. 나군은 “선생님 말씀을 받아 적는 걸 집중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생님이 따로 쓰라고 할 때만 받아 적고 그 외에는 듣는 데 주력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노트 정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쉬는 시간을 활용한다. “금방 들은 내용이기 때문에 쉽게 정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저절로 복습이 된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온 뒤에는 이렇게 필기한 내용을 토대로 컴퓨터에 나만의 학습지를 만들어 저장한다. 그날 배운 내용을 하루에 두 번 복습하는 효과가 있고, 시험기간 등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단원만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시간 절약 효과도 있다.

상산고 전경

[상산고 이렇게 뽑더라]

1차 서류(생활기록부·자기소개서·독서활동), 2차 면접으로 진행된다. 면접은 5분씩 세 번을 한다. 면접마다 교사 3명이 지원자 한 명만을 대상으로 질의응답한다. 첫 번째 면접은 자기주도학습 관련, 두 번째는 독서활동, 마지막 세 번째는 인성면접이다. 서류전형에 기록한 자기소개서나 독서이력 등을 바탕으로 질문하기 때문에 관련 서류를 스스로 작성해야 제대로 답변할 수 있다. 자기소개서1, 2와 독서활동을 합해 총 1800자 이내로 적어야 한다. 각각 600자(자기소개서 1-자기주도학습 과정과 어려움 극복 과정(600자), 자기소개서 2-인성영역(600자), 독서활동(3권, 권당 200자)으로 나눠 쓰는 거라 분량에 대한 부담은 덜하다. 하지만 핵심만 요약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나군은 “평소 짧게 쓰기 연습을 틈틈이 하라”고 조언했다. 독서활동은 책 3권을 골라 200자씩 정리한다.

◆하나고 입학한 박소정

“과목별 나만의 문제집 만드는 등 자기주도 학습 스타일 학교와 일치”

하나고 신입생인 박소정(15·서울 서일중 졸업)양은 국제법관을 꿈꾼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교 입시 전 용인외고와 하나고를 두고 고민했다. 두 학교 모두 외국어 프로그램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하나고가 더 끌렸다. 언어와 사회과목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박양은 “하나고에 법·경제에 관한 심도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선택했다”며 “하나고에 진학한 선배들 조언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박양이 졸업한 서일중에선 박양에 한 학년 앞서 2명이 하나고에 입학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은 하나고의 장점은 자기주도학습과 수준에 맞는 심화학습이었다. 박양은 “중학교 때 자기주도학습을 했기 때문에 고교에 가서 갑자기 사교육 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업을 들어야 한다면 힘들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양은 강남구 내에서도 특히 시험 문제 어렵기로 유명한 서일중에서 3년 내내 전교 1등을 했다. 비결이 뭘까.

 그는 “모든 시험 문제는 교재나 학원이 아니라 선생님 말 속에서 나온다”며 “수업 위주로 나만의 교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과목별 노트를 만들어 수업시간에는 열심히 필기하고 나중에 컴퓨터에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정리한 내용을 프린트해 중요 부분은 칼로 오려 빈칸을 만들었다. 나만의 문제집을 만든 셈이다. 암기과목뿐 아니라 영어도 마찬가지다. 교과서 지문을 모두 컴퓨터로 정리한 뒤 문법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칼로 잘라내 문제집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문장이 자동적으로 외워지면서 문법까지 익히는 효과가 있다.

박소정양의 `나만의 노트`

 박양의 이런 학습법은 하나고에 입학할 때 효과를 봤다. 이 학교가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박양은 “나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게 합격과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이라며 “공부에 앞서 스스로 어떻게 공부하는 스타일인지 파악해 자신에 맞는 공부법을 세워야 제대로 된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나고 이렇게 뽑더라]

1단계는 서류전형(생활기록부·자기계발계획서·추천서), 2단계는 심층면접과 체력검사다. 박양은 3학년 여름방학부터 자기개발계획서를 몇 번씩 수정해 가며 썼다. 글자 수 제한이 있어 짧은 글로 중학교 3년을 담는 게 쉽지 않았다. 박양처럼 여름방학에 써 놓지 못해도 이때쯤 미리 구상은 해 두는 게 좋다. 면접 준비는 질문을 스스로 만드는 것으로 했다. 또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 말하는 태도나 발음 등을 수정했다. 체력검사는 평소 달리기를 꾸준히 해 기초체력을 키웠기에 어렵지 않았다.

 하나고 응시생 대부분 내신이 탄탄하기 때문에 심층면접에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기개발계획서 등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대처하기 쉽지 않다.

글=김소엽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