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장례식 이어 런던마라톤 … 영국도 테러 초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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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가 일어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경찰이 유니언 스테이션을 지키고 서 있다. 이날 LA 경찰은 경기장 등 시민이 많이 모이는 주요 장소에 대한 특별경계를 지시했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9·11 사태 이후 만들어진 위협 평가 시스템도 가동했다. [로스앤젤레스 신화=뉴시스]

미국 보스턴마라톤 테러로 대서양 건너 영국 런던에도 초비상이 걸렸다. 런던 중심가에서는 17일(현지시간)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장례식, 21일 런던마라톤 대회가 잇따라 열린다. 경찰당국은 수십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두 개의 큰 행사를 앞두고 경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런던에서는 2005년 7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목표물로 한 연쇄폭발로 52명이 숨지는 대형 테러가 발생했다.

 3만7500명이 참가신청한 런던마라톤은 예정대로 치러진다. 대회 최고책임자인 닉 비텔은 “마라톤이 취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런던 경찰과 협의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해 안전대책을 확실하게 세우겠다”고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휴 로버트슨 영국 체육부 장관은 “우리가 이런 만행에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마라톤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과 런던 경찰은 보안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런던마라톤 안전 총책임자인 런던경찰청 줄리아 펜드리 총경은 “대회 관계자들과 함께 경비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기간 테러에 대비해 경계수준을 최고로 높였다.

 21일 런던마라톤에는 두 차례 올림픽을 제패한 모 파라 등 엘리트 선수들과 에드 볼스, 짐 머피 등 영국 의원을 포함한 수만 명의 일반 마라토너가 참가할 예정이다. 코스 도로변에는 약 50만 명의 시민이 나와 선수들을 응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리니치공원 블랙히스가 출발점인 마라톤 코스는 타워브리지, 카나리 부두, 빅벤과 같은 시내 유명 랜드마크를 통과해 버킹엄궁 인근 더 몰까지 이어진다.

 세인트 폴 성당에서 열리는 대처 전 총리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가 참석한다. 장례행렬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출발해 총리관저가 있는 다우닝가 10번지, 화이트홀, 트래펄가 광장 등 중심가를 거쳐 영결식장인 세인트 폴 성당으로 이동한다. 대처 전 총리의 관을 실은 마차가 지나갈 때 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와 애도를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대처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내년 월드컵 축구대회,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도 긴장하고 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안전한 대회 개최가 가장 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브라질 정부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소치 겨울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의 비탈리 무트코 체육부 장관도 “안전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BBC 스포츠에디터 데이비드 본드는 “보스턴 사건은 스포츠대회가 얼마나 테러에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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