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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Q. 로컬푸드가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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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최근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앞다퉈 로컬푸드를 늘려 유통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로컬푸드는 지역 특산물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요. 왜 로컬푸드를 많이 팔면 유통구조가 개선된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로컬푸드(local food)는 그 지역(local)에서 생산하고 소비까지 다하는 먹거리(food)를 말합니다. 당일 생산하고, 당일 소비하는 게 원칙입니다. 동네 밭에서 새벽에 수확한 채소를 아침에 집 앞 수퍼에서 사먹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점이 좋을까요.

일단 신선해서 맛이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겠지요. 창고에 보관하는 물류비도 거의 들지 않겠네요. 가까운 곳으로 보내니까 밭에서 수퍼로 배달하는 데 드는 기름값이나 인건비도 적겠고요.

로컬푸드가 왜 유통구조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도 한번 볼까요. 생산지에서 바로 소매점으로 가기 때문에 중간 유통상이 낄 틈이 없답니다. 생산자→산지수집상→도매시장→중간도매인→협력업체→대형마트 등 소매상→소비자의 6단계를 거치는 대신 생산자→소매상→소비자의 2단계로 구조가 단순화되는 거지요.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아 소비자가 사먹는 채소 가격을 30% 이상 낮추고도 이 채소를 생산한 사람에게는 10~30% 정도 값을 더 쳐줄 수 있게 됩니다. 소비자는 싸게 사고 농부는 비싸게 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차로 움직이는 거리가 줄어드니까 환경오염도 덜 되겠지요. 지역 주민이 생산하고 지역 주민이 소비하니까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겠고요.

다시 말해 로컬푸드는 ▶더 신선하고 ▶출처가 확실해 안전하며 ▶소비자는 저렴하게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환경을 보호하며 ▶지역경제까지 활성화하는 1석6조의 효과 때문에 주목을 받게 된 것이랍니다.

 대형마트 등과 농가가 장기 거래 계약을 맺고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채소값이 폭락하거나 급등해도 양쪽 모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저마다 로컬푸드 확장에 나서고 있답니다. 이마트는 2009년 대형마트로서는 처음으로 대구·광주 지역에서 로컬 채소 판매를 시작했는데요, 이달부터 수산·축산·청과물 등 전 분야에 로컬푸드 시스템을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호남 병어, 경남 전갱이, 제주 소라, 안동·함평 한우 등을 해당 지역에서 팔겠다는 거지요. 지난해 100억원이던 로컬푸드 구매 금액을 내년까지 70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하네요. 판매 매장도 전국 20개에서 올해는 64개로 늘리고, 내년에는 서울을 제외한 전 점포로 확대하겠다고 합니다.

 아예 전용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유통업체도 나왔습니다. 롯데마트는 경기도 남양주 농가로부터 2975㎡(약 900평)의 비닐하우스를 빌려 시금치·열무·얼갈이를 위탁 생산합니다. 이달 10일부터 산지에서 9~20㎞ 떨어진 경기도 구리점, 서울 잠실·송파·강변점 등 4개 점포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오는 8월까지 시범 운영한 뒤 상추·부추 등으로 품목을 늘릴 예정입니다. 품종과 수확시기 등은 롯데마트 채소 바이어들이 정하는 대신 영농 지원자금 등을 사전 지급합니다. 롯데마트는 전북에선 딸기·포도 등 과일을, 전남 목포에선 먹갈치를, 강원도 원주에선 치악산 한우를, 광주에선 이 지역의 사회적기업이 운영하는 빵과 쿠키를 판매하는 등 로컬푸드를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백화점도 예외는 아닙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8일부터 압구정 본점·무역센터점에서 시금치·대파·상추·부추 등 총 22개 품목을 경기도 남양주·용인 등 산지에서 직접 매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로컬푸드를 친환경 농산물의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랍니다.

서울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도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과 프리미엄 식품 매장인 SSG푸드마켓 청담점은 지난달 말부터 서울 강동구에서 재배한 친환경 채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보다도 물류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대형마트보다 30%, 기존 백화점 친환경 채소보다는 45% 저렴한 값에 팝니다.

이 채소를 생산하는 사회적기업 ‘강동도시농부’는 다음 달 자체적으로 직거래장터인 ‘파머스마켓’을 강동구 상일동 ‘걷고 싶은 거리’ 인근에 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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