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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건방춤, 원래 동작에 손동작 가미 … ‘좀비춤’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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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이주선

“안무 경력 17년,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었다.” ‘강남스타일’의 ‘말춤’에 이어 ‘젠틀맨’의 안무를 책임진 이주선 단장의 말이다. ‘강남스타일’의 대박 신화 이후 ‘젠틀맨’이 얼마나 큰 압박감 속에서 태어났는지를 보여준다. 14일 전화로 만난 그는 전날의 긴장 탓인지 제법 피곤해 보였다.

 -브라운 아이드 걸의 ‘시건방춤’과 싸이의 춤에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있다면.

 “같은 ‘시건방춤’이라도 느낌 자체가 다르다. 손동작도 달라졌고, 수영장에서 누운 사람의 다리에 팔걸이를 해서 시건방춤을 추는 장면도 집어넣었다. 사실 엉덩이를 옆으로 흔드는 건 ‘시건방춤’ 말고도 여자들이 거의 사용해 온 춤이다. 그걸 싸이답게 변형하려고 했다.”

 -뮤직비디오엔 나오지 않지만 무대에서의 춤은 힘이 넘치더라.

 “시건방춤은 힘든 춤이 아니지만, 댄서들의 군무는 ‘빡센’ 안무다.”

 -시건방춤 말고도 손과 발이 반대 방향으로 가는 춤도 재미있던데.

 “아직 이름은 붙이지 못했지만 쉽게 말하면 ‘좀비 춤’ 정도 될 것 같다. 그건 가장 먼저 만들어놨던 춤이다. 그것도 많이 퍼지지 않을까 희망한다. 그것 말고도 요소 요소에 포인트가 될 만한 춤을 많이 넣어놨다.”

 -싸이는 회오리춤·수영춤 등 유명한 춤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는데.

 “사실 이번 곡을 위해 안무를 수없이 짰다. 좋은 걸 찾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두 달간 안무를 짜는 동안 노래가 수없이 바뀌어서 고생을 진짜 많이 했다. 이것저것 다 하다가 결국 양현석대표와 싸이가 이런 스타일로 가자고 주문한 거다. ‘시건방춤’은 얼마 남기지 않고 급하게 도입한 안무다.”

 -시건방춤은 저작권을 사온 게 맞나.

 “안무비를 정당하게 준 건 맞다.”

 -안무가로선 좀 아쉽겠다.

 “사실은 창작자로서 누가 한번 한 걸 쓰는 게 싫었다. 하지만 그만한 안무를 못 만들었으니 할 말이 없는 거다.”

 -‘말춤’의 빅 히트로 마음고생이 심했겠다.

 “정말 힘들었다. 즐기면서 만들면 좋은데, 압박감이 너무 심했다.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 태어나서 가장 힘든 두 달이었다. 이 고통은 옆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알 뿐, 아무도 몰라주는 거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하면서 말한 ‘창작의 고통’이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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