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물에 빠진' 우즈 살려줘…여론 '특혜' 반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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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38·미국)가 마스터스 2라운드 15번 홀에서 오소 플레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즈는 이 사실을 모르고 2벌타가 부과되지 않은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마스터스 조직위는 우즈에게 2벌타만을 더하고 실격시키지는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골프계에서는 잘 못된 결정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파 15번 홀에서 우즈가 어프로치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면서 생겼다. 공은 깃대를 맞고 왼쪽으로 튀어 물에 빠져 버렸다. 버디가 될 뻔한 샷이 물에 빠진 불운이 생긴 것이다. 우즈는 이 공을 드롭을 하고 보기로 막았다. 그런데 드롭한 장소가 문제였다. 물에 빠졌을 경우 드롭 장소는 원래 쳤던 자리에 최대한 가깝게 하거나, 홀과 공이 들어간 워터 해저드 뒤 선상에 드롭해야 한다.

 우즈는 첫 번째 옵션을 택했다. 그러나 원래 친 위치에서 최대한 가깝게 드롭하지 않았다. 원래 친 위치는 자신이 친 디봇자국이 컸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2야드 뒤로 가서 드롭을 했다”고 말했다. 우즈는 두번째 옵션에 나오는 홀과 이어지는 선의 뒷 선상에 드롭을 해도 되는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스코어카드에 사인한 선수는 실격시키는 것이 골프 룰이다. 예외는 있다. 파드리그 해링턴이 2011년 아부다비 챔피언십에서 공을 마크하면서 자신도 보지 못한 공의 미세한 움직임을 신고한 시청자 때문에 실격당한 이후 ‘선수가 몰랐을 경우’ 잘못된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했더라도 실격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여론이 생겼다. 이후 R&A는 경기위원회에 경우에 따라 실격시키지 않을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조항에 적용을 받은 선수는 아직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선수가 룰을 위반한 것을 모르고 사인했다고 실격됐다. 우즈가 첫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또 우즈가 이 룰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도 논란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볼의 움직임이 아니라 명백한 룰을 위반한 것이다. 닉 팔도는 “그 룰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모든 선수가 아는 룰”이라고 말했다.

 마스터스의 결정에 대해 언론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마스터스 미디어센터의 기자들은 “타이거 우즈가 아니었다면 실격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63회 연속 마스터스에 참가한 원로 언론인인 댄 젠킨스는 “만약 우즈가 우승한다면 기록집에 (부당한 룰에 의해서 우승했다는) 별표를 달아야 한다”고 했다. “77회 마스터스 역사상 최대 오점”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이로 인해 마스터스가 권위를 잃었다” 는 주장도 나온다.

 우즈는 룰에 대해서 매우 원칙적인 선수다. 다른 선수가 룰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 선수라면 룰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여러차례 말했고 동정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골프기자협회 회장인 론 사이락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며 우즈가 자신을 실격시켜야 옳지만 그런 일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거스타=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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