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최고 와인 '우니코' 만드는 파블로 알바레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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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베가 시실리아 와이너리 대표 파블로 알바레즈가 2003년산 ‘우니코’를 들고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꼽히는, 그래서 ‘스페인의 로마네 콩티(한 병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프랑스 와인)’라 불리는 와인 ‘우니코(UNICO)’를 생산하는 베가 시실리아 와이너리 대표 파블로 알바레즈(59)가 한국을 찾았다. 이제 막 병에 집어넣은 2003년산 우니코를 들고서다. 우니코는 오크통에서 최소 10년을 숙성시킨 뒤 내놓는 와인이다. 1981년 영국 찰스 황태자의 결혼 연회에 사용됐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니코의 국내 시판 가격은 한 병에 100만원 정도. “늘 높은 품질을 유지한다는 걸 알아주는 고객들이 있어 형성될 수 있는 가격”이라는 그를 만나 ‘비싼 와인’ 만드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의 와이너리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 북쪽,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에 있다.

-와인의 품질 유지를 위한 비결이 있나.

“우니코의 우아하고 섬세한 맛은 포도밭에서 나온다. 우니코는 수령이 50년이 넘는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만든다. 우니코용 포도밭이 따로 있는데, 그 땅에 새로운 묘목을 심어도 세월이 흐르면 또 그 맛을 내는 포도로 자란다. 땅의 어떤 요인 때문인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땅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퇴비로 쓸 닭똥을 공급하는 양계장에서 닭에게 어떤 사료를 먹이는지도 점검한다. 항생제 먹인 닭의 똥을 거름으로 써선 우니코의 맛을 지킬 수 없다.”

-10년 이상 오크통 숙성을 고집하고 있는데.

“‘마시기 가장 좋을 때까지 보관했다가 출시한다’는 베가 시실리아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원칙에 따르다 보니 재미있는 일도 생긴다. 1990년산 우니코는 2001년 출시됐는데, 89년산은 2년 뒤인 2003년 출시됐다. 오래 숙성시켜야 하는 만큼 오크통 제작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떡갈나무를 수입해 1∼2년 건조시켰다가, 매년 10월 포도를 수확한 뒤 그 해 포도의 특성에 맞게 통을 제작한다. 우니코는 병으로 옮긴 뒤에도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와인이다. 20∼40년 보관한 뒤 마셔도 좋다. 강하고 순수한 과일 향이 유지된다. 병 숙성 기간이 길기 때문에 병마개로 쓰는 코르크의 품질이 중요하다. 현재 한 개 1.3유로(약 1900원)짜리로 주문 제작해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30년 뒤에는 직접 만들어 쓸 계획이다. 10년 전에 코르크용 참나무를 3만 그루 심어뒀다.”

-우니코의 여러 빈티지 중 어느 해 우니코를 최고로 꼽나.

“어려운 질문이다. 평론가들은 94년산에 더 높은 평점을 주지만, 내겐 98년산과 99년산이 특별하다. 똑똑하고 말 잘 듣는 자식도 사랑스럽지만, 손이 많이 가는 자식에게도 특별한 애착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98, 99년엔 포도 작황이 안 좋아 참 어렵게 우니코를 만들었다. 힘든 조건에서도 우니코의 우아한 맛을 지켰다는 게 자랑스럽다. 최근 20년 동안 우니코 생산을 포기한 해가 네 차례나 된다. 92, 93, 97년과 2001년인데, 2001년엔 5월에 서리가 내리는 바람에 5월에 일찌감치 포기 선언을 했다. 우니코의 품질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한국계 부인과 결혼했다고 들었다. 한식과 와인의 마리아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버클리 대학을 졸업한 한국계 미국인과 2년 전 결혼해 이제 막 100일이 지난 딸을 뒀다.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는데, 한국의 고기요리와 와인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치같이 양념 강한 음식들은 와인과 조화시키기가 좀 어렵다.”

-와인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와인에 대해 아는 게 많아져야 즐길 수 있다. 오페라나 그림 등 다른 취미와 마찬가지다. 관심을 갖고 많은 와인을 마셔보는 게 중요하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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