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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의 단속소홀 노려|경기찾는 밀수기지 『이즈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마도 엄원=강범석특파원】선거기의 단속이 소홀해진 틈을 타서 일본의 밀수기지「이즈하라」에는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3일 1주일 사이에 무려 6척의 「특공대」 쾌속정이 밀려들어 다시 흥청대기 시작했다. 부둣가에는 복역중이라던 밀수범「검둥이」의 얼굴이 다시 나타나고 공공연히 여자 옷감을 비롯한 각종 필수품이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밀려 닥친 밀수선은 부산방면에서 4척, 여수쪽에서 2척인데 이곳에 들어오기만 하면 밀수선은 어느덧 떳떳한 무역선의 대접을 받으며 일본 상인들의 은근한 환영을 받는다.
한때 한달에 1백만 「달러」의 무역실적(?)을 올렸던 「이즈하라」, 5·16후 『철저한 단속 때문에 실적 3∼4만 「달러」로 저조해졌다』고 「이즈하라」세관은 비공식 집계를 하고 있으나 방법은 더 치밀하고 조직화하고 있다.
「이즈하라」경찰의 경비계장 「나가다」(영전)경부보는『요즘은 「오사까」(대판)지방을 드나드는 대형 화물선 선창에 밀실을 마련하여 밀수 규모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가다」경부보는 『「이즈하라」를 중계 삼아 큰 몫을 보았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면서 「오사카」에서 와 있는 연락원들도 철수를 해야겠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한달에 6. 7척에서 10척 가까운 밀수선이 끊이지 않고 닻을 내리는 것은 밀수선인 줄 뻔히 알면서도 정식 무역선으로 받아들이는 「이즈하라」특유의 제도 때문.
일본 세관원의 임검으로 밀수선 안에서 한국의 해무청, 세관의 가짜도장이 발견되어도 못 본체-이점을 노린 밀수범들은 위조도장으로 관계서류를 꾸며 세관에 입항수속을 내면 대리점(현재 3개소)은 한척에 일화 2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수속을 밟아주고 세관은 선장 앞으로 「원화 교환 증명」을 떼어준다.
또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사람이 같아도 지난번과 이름·나이 등 인적사항이 다른 선원수첩을 보고 한마디 따지는 일도 없이 상륙 허가를 내어주고 있다. 선원수첩을 입수한 경위 를 물으면 전직 해무청 직원에게서 2만원을 주고 얻었다고 실토하더라고…
○…몇해 전까지는 밀수품목 하면 으례 화장품 약품이었지만 요즘은 부인용 옷감이 대목을 이루고 있다. 변칙무역에 재미를 본「오사까」상인들은 한국의 소비성향을 미리부터 조사하여 유행에 맞는 색깔·무늬의 옷감을 「메이커」에 대량으로 특별 주문해 둔다.
또 한가지 양상이 달라진 것은 이전엔 10「달러」이상의 고액화폐가 거반이더니 요즘은 1「달러」짜리를 두고 두뼘 부피로 가져온다.
○…선원수첩의 사진을 특수「루트」로 복사하여 보내도 범인은 잡히지 않고 주「후꾸오까」총영사관의 김영 영사가 지난 1월 「이즈하라」에 왔다가 밀수선의 선체에 온통 붉은 「페인트」를 퍼부어 표지를 달아도 포착되지 않는다는 밀수선, 경비를 빼고도 약 50%의 수익을 올린다는 「이즈하라」밀수는 규모는 줄어도 그 근절은 외교 「루트」를 통한 협상밖에는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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