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요금 '종량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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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2007년 초고속 인터넷 요금 체계를 종량제(從量制)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인터넷 종량제란 쓴 만큼 돈을 내는 수도.전기료처럼 사용한 데이터 전송량(트래픽)을 기준으로 인터넷 사용요금을 부과하는 제도. 영화나 게임 등 대용량 자료를 자주 내려받는 네티즌들에게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요금 체계는 트래픽이나 사용시간에 관계없이 월 3만~4만원만 내는 정액제로 돼 있다.

KT 등 통신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5%의 이용자들이 전체 트래픽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일반 네티즌이 온종일 인터넷에 매달려 사는 소수의 '폐인' 네티즌들의 사용료까지 떠안고 있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최근 "인터넷을 덜 쓰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측면이 있다"며 기존 요금체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KT는 현재 일정량 이상을 쓰는 이용자에게 종량제를 적용해 추가 요금을 받고, 나머지 이용자에게는 현행 정액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면 네티즌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사용 시간이 아닌 트래픽 기준으로 요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웹서핑과 e-메일을 주로 하는 네티즌들은 24시간 인터넷을 해도 추가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종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일반인들의 이용료는 현재보다 저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량제 도입으로 인해 인터넷 강국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이 최대 정보 유통망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서민들의 인터넷 접근을 막아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도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네티즌은 통신 서비스 상품의 불매운동을 펼치거나 통신업계를 비난하는 패러디물을 올리면서 반발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약 25만 명의 네티즌이 종량제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

'박민정'이라는 네티즌은 "종량제가 도입되면 업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소보다 많은 요금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며 "통신회사들이 투자비용 등을 네티즌들에게 전가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hpark'는 "너무 싼 인터넷 이용료가 영화.음반 등의 저작권 침해, 개인 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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