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판매, 설계사 셋 중 둘은 ‘낙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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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들이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변액보험을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16개 생명보험사의 보험설계사 400명을 대상으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3.7점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미스터리 쇼핑이란 조사원이 고객으로 가장해 직원의 서비스 수준 등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설계사 3명 중 2명(64.8%)은 상품을 팔면서 주의사항과 상품 특징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평가점수 ‘6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았다. 양호(80점~90점 미만) 등급 이상의 설계사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점수는 전년보다 1.5점 상승했지만 지난달 발표한 은행의 평가점수(84.7점)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김광욱 금융서비스개선국 팀장은 “설계사들은 계약 체결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다보니 무조건 팔아보자는 심리가 강하다”며 “여기에 영업점이 아닌 외부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점도 부실 설명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회사별로는 90점 이상의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교보생명이 지난해보다 한 등급 상승한 ‘양호’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삼성·한화·미래에셋생명 등 12개 사는 60점 미만의 ‘저조’ 등급이었다. 특히 알리안츠·하나HSBC생명은 조사 대상 설계사 모두가 ‘저조’ 등급을 받는 최악의 결과를 받았다.

 항목별로는 ▶적정 안내자료 제시 ▶미래수익률 안내 등은 양호한 결과가 나왔지만 ▶청약철회제도 ▶적합한 변액보험 권유 등에서는 설명이 미흡했다. 상품을 판매하며 “리스크가 전혀 없다” “연평균 15% 정도의 수익을 낸다”는 식으로 손실 가능성을 축소하거나 수익률을 과장하는 것도 여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험설계사가 판매한 변액보험은 2조1000억원에 달한다. 보험대리점의 판매액(4700억)의 네 배 수준이다. 그만큼 불완전 판매에 노출된 변액보험 판매자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평가 결과가 저조한 생보사에 대해서는 판매 관행 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실제 이행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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