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윤진숙 장관 임명은 도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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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양수산부는 5년 만에 부활된다. 여야 모두 대선 때 부활을 공약했을 만큼 이 부는 관심과 기대, 중요성을 안고 있다. 그런데 윤진숙 장관 후보자를 둘러싸고 우려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 국회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특이할 점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별로 저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윤진숙 파동’은 새로운 차원의 인사 문제다. 지금까지 7인의 낙마는 대부분 도덕적 하자 때문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자는 심각한 자질 부족이 거론된다. 관련 상임위 새누리당 핵심 인사는 중앙일보 논설위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스타일·답변 능력·리더십·지식 등으로 볼 때 후보 임명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충격 수준이다. 이는 민주당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청문회에서 윤 후보자는 박 대통령에게 두 번이나 장관직을 고사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필요한 정치력과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판단하면 이는 겸손이 아니라 후보자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를 임명했다면 박 대통령은 후보자의 자질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과거 후보자가 세미나에서 발언한 것을 박 대통령이 목격했다는 것 빼고 새로운 것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이 후보자에 대해 종합적으로 숙지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윤 후보자가 시간이 지나면 능력을 입증할 것이란 견해라고 한다. 이는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판단이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자질 부족을 혁명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면 ‘윤진숙 장관’은 박근혜 정부를 희화화하는 소재로 이용될 것이다.

 국정은 실험장이 아니다. 더군다나 바다는 한·중·일 간 국익의 치열한 각축장이 되고 있다. 이에 대처하는 부서의 장관은 직원과 관련 단체·업계가 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엉뚱한 곳에 낚시를 던졌다면 박 대통령은 얼른 거둬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