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 '벌거벗은 베트남 소녀 사진' 조작 가능성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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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팜탄 폭격을 피해 달아나는 베트남 소녀의 모습이 담긴 유명한 사진에 대해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연출 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시했던 것으로 최근 공개된 백악관 녹음 테잎에서 드러났다.

1972년 6월 12일, 닉슨과 광범위한 대화를 나누던 H.R. 홀드먼 백악관 보좌관은 '네이팜 문제'를 언급했다.

사진은 그 달 초순에 찍힌 것으로 당시 미국 전역에 반전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일조했었다.

"난 그게 속임수가 아닐까 의심스럽네"라고 닉슨은 홀드먼에게 말했다.

"사진 속의 소녀가 아무런 옷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점 때문에 그 사진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 사진은 북베트남이…(홀드먼은 자신의 말을 정정한다) 남베트남이 실수로 남베트남 주민들을 폭격한 것입니다. 적군에 폭탄을 퍼붓고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 자기네 피난민들을 공격한 것이죠."

"네이팜탄은 여론에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거기에 네이팜탄에 옷이 타버린 소녀 사진이 더해진 거죠."라고 홀드먼이 말했다.

"바로 그 점이 좀 수상스럽다는 거네"라고 닉슨이 대답했다.

닉슨과 홀드먼은 이 문제에 대해 더 의견을 나누었지만 그 짤막한 대화의 나머지 부분은 중간 중간 끊겨있고 더 이상 알아들을 수 없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미 국립문서보관소가 지난 목요일 공개한 약
500시간 분량의 닉슨 백악관 음성 기록 중에 포함돼 있다.

AP통신 사진기자 현 콩 (닉) 우트는 이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그 후 AP 로스앤젤레스 지사로 발령 받았다.

우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남베트남 주둔 미군 사령관이었던 윌리엄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이 이 사진에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AP 및 NBC 출처의 사진에는 분명히 네이팜탄을 투하하고 있는 항공기의 모습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남베트남 태생인 우트는 공산정권으로부터 남베트남을 지키려고 했던 닉슨 전 대통령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대통령이었다. 나는 닉슨을 무척 좋아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지옥에서 할리우드로'라는 제목으로 사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진속 소녀 킴 푹은 그후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다.

WASHINGTON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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